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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Jul 04. 2024

까를교엔 바다가 흐른다.

3. 체코/프라하(3)

까를교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렬이 느릿느릿 굽이치는 파도 다. 프라하를 그린 화가들의 그림과 사진을 보며 파도의 포말처럼 사람 사이 휩쓸리고 있던 중이었다.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음악소리에 내 발이 먼저 우뚝 멈췄고, 그 뒤 나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린 캐 세라세라~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세라세라의 음률이 사람들 머리 위로 높이 멀리  파도 타는 소리처럼 들렸고 이날 내내  캐 세라세라를 주문처럼 부르고 다녔다.



까를교에 있는 30개의 성상 중 가장 인기 있는 성 얀 네포무츠키 성상에 손을 얹는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으니 나도 소원을 빌어본다. '내가 오길 오래오래 기다려준 너에게 감사해. 그리고 무탈히 완주하길 빌어줘'


까를교 인근에서 찾은 맛있는 산책 지는 코젤맥주 직영 비어 레스토랑이다. 까를교를 꽉 채운 사람들의 물결이 이어져있다. 현지인 사이 한국의 청춘들도 참 많다.


체코사람들은 맥주 한 잔에도 인생을 논할 정도로 술 없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생각한다니 내 인생도 이제부터 술시다. 왜? 내 주의 시격도 술시니까!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했으니 적당하게 다크코젤 한 잔!



이 다크코젤이 문제였다. 사람들로 꽉 찬 비어 레스토랑에서 겨우 차지한 자리가 지하계단 옆 높고 좁은 의자가 있는 테이블이었는데 불편하여 고쳐 앉다가 카메라를 툭 떨어트린 거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로 찰캉찰캉 카메라가 곤두박질치는데 화도 안 나고 그저 담담하다. 동유럽여행을 떠나는 기념으로 새로 산 화이트 소니 카메라인데 말이다. 그런데 물건일 뿐인 카메라는 그저 인연이 여기까지 인 거라고 금세 체념이 되는데 체코의 시간을 담아놓은 카메라란 생각이 드니 울컥 속상함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맛있는 다크코젤을 앞에 두고 한숨 쉬면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을 테지만 굴라쉬와 꼴라뇨를 남겼다는 건, 내 마음도 치명타를 입었단 거지. 문득 모든 과정이 어차피 이루어졌어야 했던 게 아니었는지, 순리대로 될 대로 터이니 너는 그저 평온하라고 거리의 악사가 미리 귀띔을 해준 것이며 이제 시작된 여정의 액땜이 고작 소니 카메라 한 대이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 파도가 일러준 거라고 치자!


아무튼 난, 하늘이와 프라하에 있고, 아직 내겐 화소 좋은 핸드폰이 남아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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