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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Jul 18. 2024

시간여행자의 도시, 체스키

5. 체코/체스키 크롬로프(5)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체스키 크롬로프는  블타강과 붉은 지붕이 꽃처럼 피어 있는 동화 같은 마을이다. 그러니  체스키에선 풍선 같은 걸음으로 돌아다녀야 해.


아름다운 체스키 코롬로프 성 아래 위치한 이발사의 다리엔 무섭도록 무거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왕자가 요양차 체스키에 왔다가 아름다운 이발사의 딸을 보고 반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왕자의 열렬한 구애에 결혼을 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왕자는 아내를 죽였고, 이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겠다며 마을 사람들을 죽이자 마을의 이발사가 자신이 딸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여 살인죄로 처형을 당했다. 이후 진범이 밝혀져 왕자는 교수형을 당했고, 마을사람들은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이발사의 다리라 불렀다 한다. 다리엔 왕비의 불륜사실을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성인이 네프무츠키 신부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동상도 있다. 극한 아름다움은 결국 극한 비극과 맞닿아있다는 진리를 마주친다. 비극을 감추기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건지 생각에 무거운 추를 달고 체스키를 산책한다.


체스키 마을산책하다 만난 간판 속 유니크한 그녀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한국인 여행자 사이 소문난 맛집 에덴베르크(Eggenberg)는 이미 예약으로 꽉 찼다는 안내문을 대문에 걸었다. 마지못해 머뭇거리며 돌아서자 안쓰러운 연기가 통하였던지 맨 앞 우뚝 솟은 자리 하나를 내어준다. 뒤이어 우리처럼 이곳을 찾아든 모녀에겐 우리가 합석을 제안했다. 방송작가였던 딸이 사직하고 엄마와 여행을 떠난 거란다. 비슷한 연유로 멀고 아름다운 체스키에서 만난 인연이니 모닝맥주를 부딪치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들끼리 부딪치는 코젤의 풍미가 화악 살아나고, 딸들은 감자전과 주스에 화음을 맞추니 모든 게 좋고 좋은 시간이다. 인연이면 또 만나지 않겠냐, 여행지에서의 이별은 쿨하다.


 따끈한 취기를 식히기 위하여 느슨한 산책걸음으로 체스키 거리로 나선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무슨 꿈을 꿀까? 체스키 붉은 지붕을 지나던 바람이 가르쳐줄까?


타강이 바라다보이는 강가에 앉아 물어보니 너에게 물어보라 한다. 시간여행자들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어서 지나온 시간을 찾아간 것이니 거기 그곳이 내 한 때 어느 시간엔가 살았던 곳이라 귀띔해준다.


14.5×10/ 수첩에 그린 체스키

블타강에서 바람의 흐름을 따라가다 만난 건 바로 나. 시간여행자의 도시에 내가 있었네.


14.5×10 / 다리가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끄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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