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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차역은 행복동

19.하준이와 함께하는 소소한 그림일기

by 동숙

하준 : 정말 오랜만에 할머니랑 버스를 타네.


먼저 내린 지인에게 열렬히 손을 흔들어대는 할머니를 지나쳐 뒷자리에 앉자마자 버스 기사님이 갑자기 인사를 해요.


버스 기사님 : 담에 또 뵙지유.


하준 : 버스에 우리랑 앞자리에 앉아계시는 할머니 세 분뿐인데 누구한테 인사하는 거지?(할머니만 들리게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앞자리 할머니 1 : 아니, 기사 양반도 지금 내린 할마씨랑 아는 분이셨수?


버스 기사님 : 방금 제 버스에서 내리셨으니 저도 아는 분이시쥬~

할머니 2 : 기사 양반도 참~


할머니 1 : 나, 이번에 내려요. 기사 양반, 끝까지 안전운행하쇼잉~


버스 기사님 : 할마씨, 힘든데 미리 일어나느라 고생 말고 편히 앉아 있다가 버스 멈추면 앞으로 내려요.


할머니 2 : 아이고, 고마워라. 잘생긴 기사 양반이 맘도 좋아. 오늘 운수대통하구려~


친구 사이인 듯 두 분이 서로 부축해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고는 버스는 다시 출발합니다.


할머니 3 : 두 할마씨가 내리고 나니까 버스가 휑하네. 나두 앞으로 내릴게유~


버스 기사님 : 아이고, 이쁜 할마씨들만 앞으로 내리는 겁니다. 할머닌 안 이뻐서 안 돼요.


할머니3 : 그래유? 그럼 뒤로 내려야지.


버스 기사님 :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우리 할마씨 귀걸이 참 이쁘네. 그라구 얼굴도 이쁘시네요. 당연히 앞으로 내리셔야겠어요.


할머니 3 : 아이고~그래. 이쁘지? 이 귀걸이 울 딸이 사준 거라니까. 오늘 기사 양반 덕분에 기분이 좋아. 잘 가요.


버스 기사님 : 예, 할마씨도 건강해요.


잠자코 앉아서 지켜보던 하준이가 하차하는 할머니께 손을 흔드니 기사님 찡긋 윙크를 하시네요.


버스 기사님 : 꼬마 손님, 두 분이 이 버스 전세 냈으니 택시비 내세요. 근데 손주랑 젊은 할미 웃는 모습이 닮았네요.


하준 : 아저씨, 우린 다음에 내릴 건데 어디쪽으로 내려요?


버스 기사님 : 아이고 심심해서 어떡한다냐~~ 다음 역이 행복동인갑다. 잘생긴 총각 손님께선 버스가 멈추면 앞으로 내리세유.


하준 : 행복버스 기사님, 수고하세요!


행복동에서 멈춘 심심한 버스에 행복한 소란이 가득 올라탔나봐요.


버스 기사님 :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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