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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이란 비장한 법이지

은하수할머니가 그리는 애틀랜타이야기/스톤마운틴

by 동숙

뜨거운 여름과 맞짱 뜨며 오른 스톤마운틴


여름의 열기가 극한으로 치닫는 오후에 닿은 스톤마운틴! 35개월 은하수를 데리고 겁 없이 걸어 오를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해발 514미터 은하수를 안고서 뙤약돌산행을 하다니요. 하늘이도 처음 찾는 스톤마운틴이라 정보 없이 무작정 나선 참이거든요. 원래 모르는 건 안 보이는 법이니까요. 오늘은 애틀랜타가 자랑하는 스톤마운틴 투어가 아니라 뜨거운 여름과 맞짱 뜨며 오른 스톤마운틴 고생기가 되겠네요.


산길이라면 힘들어 머뭇거릴 즈음 나무처럼 깊고, 꽃처럼 순한 바람이 등을 떠밀어 한여름 뜨거운 정오쯤 금세 넘길 테지요. 스톤마운틴은 한여름 뜨거운 열기를 화나도록 품고 맞는 화강암 돌산이니 손수건 팔랑팔랑 나비 날갯짓으로 더위가 가실 리가 없었어요. 번갈아가며 은하수를 안고 오르는 하늘이와 옆지기도 힘들겠지만 은하수도 미안해서 울먹울먹 오르다가 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린 산길이라 그늘만 나오면 물로 축이며 쉬어야 했어요.



우리처럼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꽤 있어서 서로 파이팅을 외쳐주며 견뎌낸 정상엔 게이블카가 있네요? 케이블카 왕복 15불인데 편도는 12불? 더위를 사서 고생했다 싶은데 하늘이와 옆지기는 그렇게 고생했으니 케이블카의 장관이 더 감격스러웠단 겁니다. 힘듦으로 도통을 얻은 게지요.


보통 이십 분 걸린다는 길을 한 시간 걸려 닿은 정상, 너무 파래서 아름다운 하늘 아래 뜨거운 햇볕이 열광하고 있어서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모두 누워야 했어요. 함부로 정상 만끽을 하다가 내려가는 길이 험상궂을까 봐 최대한 겸손하게 맞이했던 거지요.


힘겹게 걸어 오른 산이 화강암 한 덩이로 이루어진 거대한 돌산이었다는 걸 하산길, 케이블카를 타고서야 한눈에 보이네요. 문명의 힘을 빌리니 애틀랜타의 명소, 스톤마운틴의 진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맑은 영혼으로 꿈꾸는 하늘이 거기 있었어요. 힘들 땐 돌만 보이던 산이 무거운 돌을 내려놓고서야 아름다운 그림이 보이니 다 마음이 부리는 요술이었군요. 아름다운 것들이란 모름지기 비장한 법이에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다시 주차장까지 40분 뙤약행군이 이어집니다. 다람쥐와 노루의 응원을 받으며 블루테슬라를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이란, 어쨌든 한여름엔 아무것도 하는 게 아녀요!



스톤마운틴의 선라이즈&선셋


펄펄 끓어오르는 여름과 맞짱 떴다가 ko패 당한 스톤마운틴이었어요. 그 스톤마운틴이 일몰의 성지라니 또 궁금증이 도집니다. 하루에 마흔네 번의 노을을 감상한 어린 왕자의 감성을 장착한 사람들이라면 선라이즈에 움찔할 수밖에요.


그런데 떠나기로 한 날 비가 내리네요. 결국 호세와 옆지기만 출동했어요. 스톤마운틴의 선라이즈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두 남자는 스톤마운틴의 선셋투어의 감동도 꼭 봐야 한다는군요.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한 일요일 아침인데 곤히 자는 은하수를 차마 깨울 수 없어서 하늘이와 옆지기와 셋이서 단출하게 출발합니다.


하늘엔 초승달이 떠있고, 온통 깜깜해요. 블루카로 40분을 달려 닿은 스톤마운틴은 차로 꽈악 들어차 있습니다. 안고 올라가야 할 은하수가 없고, 뜨거운 햇볕도 없으니 바람과 내통하는 나무이파리처럼 발길이 가벼우나 어디고 간에 불빛 한 점 없으니 조심조심 오르는 산길이에요.


6시 39분 정확히 시간 맞춰 올라오는 정직한 태양이 얼마나 장엄한지 소원은커녕 붉은 민낯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다는 생각이었어요.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일몰을 함께 바라보던 하늘이와 애틀랜타에서 일출을 바라봤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어요. 이렇게나 아름다운 일출을 보게 하려고 정오의 산길이 그렇게나 뜨거웠던 가 봅니다.


스톤마운틴의 정상엔 우리말고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누군가의 생일인지 작게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스톤마운틴의 센 셋을 함께한 모두가 부르고 있더군요.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마따나 뜨거운 정오와 서늘한 새벽의 온도가 사람의 영혼을 이렇게 움직이네요.


내려오는 길이 후딱 한걸음입니다. 추색으로 물든 스톤마운틴이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궁금해지네요. 곧 또 와야 할 까닭이 생겼어요. See you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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