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박사와 정브르의 곤충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하준이는 뽀로로파크보다 스누피가든보다 곤충체험관이 더 가고 싶답니다. 사실 미리 예측했던 터라 제주 오기 전에 제주도 내 곤충체험장을 검색해서 예약을 해둔 참이라 살짝 귀띔했더니 아침 내내 착한 어린이모드 실행 중입니다.
고흐 아저씨와 더욱 가까워질 하준이를 기대해요.
신기하고 유익한 덕천곤충체험학습장
거대한 타란튤라 거미가 건물 외곽을 감싸며 여기가 곤충체험장이야, 안내하는 이곳은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덕천곤충 영농조합이에요. 세 동의 건물로 구분되어 있는데 오늘 우리가 갈 곳은 곤충체험학습장과 오해피데이 카페입니다. 오늘도 하준이 데이에 걸맞게 하준이 단독체험!
여기에서 하준이가 할 일은 두 가지예요. 첫째, 사슴벌레, 아프리카노래기, 도마뱀, 풍뎅이 들을 만져보고 관찰하며 친구 되기. 둘째, 미니곤충디오라마 만들기 체험하기. 디오라마란 축소모형을 설치해 특정한 장면을 만드는 것인데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박제해 놓은)을 유리관에 전시하듯 예쁘게 꾸미는 것이에요. 곤충 친구로 선택해 유리병에 담아 데리고 오게 돼서 무척 신날 하루입니다.
덕천곤충체험학습장의 내부는 하준이가 날마다 보는 에그박사와 정브르의 곤충유튜브에서 보던 체험장과 비슷해요. 입구에는 살아있는 생물들 케이지가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햄스터, 두꺼비, 공벌레, 전갈, 도마뱀 등 모두와 직접 만져보고 말 걸어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샘 덕에 하준이는 하나하나 모두 인사하느라 바빠요. 엄청 커다란 아프리카노래기가 하준이 손에 까만 똥을 싸는 것도 재밌고, 자꾸 도망치려는 햄스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귀엽고, 제주 고유의 곤충을 박제해 놓은 전시관을 보고 또 보는 흥미 가득 눈동자가 춤추고 있는 하준이만 봐도 신나요.
하준이가 선택한 디오라마 곤충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인데 디오라마보다 지나치게 커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곤충이 오각뿔장수풍뎅이이에요. 스스로 접착풀을 발라 이끼를 올리고 꽃을 장식하고 오각뿔장수풍뎅이를 마지막에 올리면 끝입니다. 정말 할미가 봐도 멋진 작품이 탄생했어요. 하준이는 체험을 마치고 선생님께 90도 인사를 합니다.
카페 오해피데이는 화이트건물에 초록문이 굉장히 매력적이며 카페 안과 밖 모두가 포토존이에요. 오해피데이 카페 바깥에서 쭈그리고 앉아 들어오지 않는 하준이가 뭐 하나 궁금해서 커피를 마시다 나가보니 그새 또 친구를 만났어요.
백약이오름을 지나는 길 끝자락쯤에 있는 제주자연생태공원은 오늘도 우리뿐이에요. 생태와 자연, 동물, 곤충, 공원, 체험관 등이 하준이의 눈 반짝임을 볼 수 있는 장소인데 어째선지 늘 우리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제주가 여행지이다 보니 돈을 유익하게 쓰기보다는 재밌게 쓸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어쨌든 늘 우리뿐이니 환대받아 좋긴 해요.
입구에서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선생님은 역시나 날개 단 천사예요. 오늘도 곤충과 동물의 탐구생활입니다. 일일생태 선생님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얼굴이 상기되어 눈이 초롱초롱해요. 우디알렌이 삶의 80%는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더니 하준이는 100% 빤히 보이는 얼굴이라 다행이에요.
"그런데 하준아! 우리가 남들에게 베풀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남들로부터 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곤충생태관을 두 바퀴쯤 돌고 토끼먹이로 당근과 노루먹이인 사철나무잎을 받아 들고 넓은 초원 탐색에 나서요. 햇볕이 뜨거운 낮이라서 그늘마다 노루들이 앉아 있어요. 울타리 안에 있는 노루, 방목돼 있는 노루 등 노루들이 굉장히 많아서 하준이가 가져온 사철나무잎을 먹으려고 싸움이 벌어졌어요. 서로 달려드는 노루가 무서운 하준이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사철나무를 길게 내밀어주더니 이내 친해져서 새끼노루에게만 먹이를 주겠다고 큰 노루가 다가오면 "안돼. 아가 줄 거야!" 제법 큰소리를 칩니다.
왜가리 우리에 함께 있는 노루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하나가 없어요. 날개 하나 잃은 독수리, 시력을 잃은 매 등 생태공원에 있는 동물들은 사고를 당했거나 미아구조당했거나 하자상태의 동물들이래요. 어차피 자연의 상태가 아니라면 정상이든 하자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지 싶어요. 사실 나도 하자인간인 셈이며 따지고 보면 하자 없는 생물이 얼마나 될까요.
제주도와 궁대오름에서 사는 나비들을 관찰할 수 있는 나비생태장도 마련돼 있네요. 나비생태관의 온도는 39도로 뜨거운 돔 안에 온갖 나비들이 팔랑거리는 소리조차 지우고 조용히 날아다니는데 뜨거움에 질식할 지경이라 결국 나비와 친해지질 못했어요. 나비생태관 문을 열고 닫을 때 따라 나온 나비 한 마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사투를 벌였어요. 할아버지와 할미가 우왕좌왕하는데 하준이가 소리를 보태니 놀란 나비가 엉겁결에 집으로 돌아갔네요. 다아 하준이 덕이지요!!
조류관찰장, 실내관찰장, 야외관찰원, 잔디야외학습장 등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거라 모든 게 무료예요. 하준이는 마음을 토끼와 부엉이에게 놓고 왔는지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나오는 길 들어설 때 보지 못했던 작은 진달래 꽃나무 하나가 화들짝 피어올라 인사해요. 이별은 짤게! 안녕!
목장카페 드루쿰다
내내 추워서 목도리 칭칭 매고 다녔는데 오늘은 21도예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시급히 당기던 참에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드루쿰다? 낯선 목장카페 이름에 호기심이 동하여 출동하는데 눈치 빠른 하준이는 벌써 신났어요. 여기가 자기 놀이터일 거라고 안 거지요.
제주도 방언은 굉장히 특별해요. 전혀 짐작되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 신박하기도 하고 재밌어요. 드루쿰다는 들판을 품다란 의미래요. 하준이가 다니는 곳 어디에서 볼 수 없던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었네요. 어디를 찍어도 포토존이며 말, 양, 토끼 등 동물들 먹이주며 친해질 수 있는 말 그대로 들판 위 핫플 놀이터예요.
드루쿰다에서 하준이는 또 말을 탔어요. 혼자 먼 길 떠나는 하준이는 씩씩한데 할미는 그 들판을 가로지를 하준이로 인해 들판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모습을 담을 욕심만 가득해요. 카메라 줌으로 당겨도 보이지 않던 하준이가 들판 저 멀리 보이자마자 할미가 오도방정 손을 흔들어요.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보다 의젓해요. 그리고 잘 노는 아이는 어디서든 상관없는 법이더군요. 그러고보니 할미가 문제네요.
삼달리 정미네 식당
유익하며 즐거운 곤충과 동물체험을 했으니 칼칼한 매운맛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신산리 옆동네 삼달리 해안가에 있는 정미네 식당이에요.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은 아니지만 여기야말로 로컬맛집입니다. 아버지가 고기를 잡으면 엄마가 끓이고 아들이 내주는 것처럼 보이는 가족식당인 듯했어요. 당일에 잡는 우럭만 써서 아주 신선하다는 문구가 대문짝만 해요. 칼칼하고 시원한 우럭매운탕 전문이라지만 우리에겐 일곱 살짜리 하준이가 있어 우럭튀김을 주문했더니 행운인지 우럭매운탕이 따라왔어요. 가끔 생각나는 우럭튀김이 맛있는 정미네 식당에서 고봉밥 먹고 고봉으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