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하준이는 할미와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신산리유치원 원생입니다. 어르신 선생님은 둘인데 유치원생은 하준이 하나뿐이라 여유롭고 단순한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가끔 요일도, 날짜도 까먹기 일쑤이나 재밌게 놀자는 절대 빼먹지 않는 신산리 유치원입니다.
첫 번째 수업은 할아버지와 체육시간으로 올레길 3코스 바닷길과 접해있는 넓은 풀밭에서 야구와 축구하기예요.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청강하며 올레꾼들이 지나가며 응원을 해주니 늘 신나는 수업이에요. 뻥 뚫린 야외다 보니 유일한 변수가 비요일입니다.
점심시간 전까지 할미와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책 읽는 시간이었으나 자주 후둑이던 비 덕에 할미의 수업시간은 할아버지의 체육시간 연장으로 이어졌어요. 하루 일정이 빼곡한 참이니 그림일기로 퉁친 날이 많았단 거지요.
신산리바당/장하준 그림
점심시간은 그날의 일정에 따라 놀러 간 곳 근처에서 해결해요. 하준이가 좋아하는 식당은 아주 단순하면서 확고해요. 아이와 눈 마주치며 반갑게 대해주는 식당쥔장을 만나면 무조건 맛있다는 기준이니 사람 좋아 보이는 로컬식당을 찾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간 데 또 가기 일쑤란 거지요.
점심시간 이후 세 번째 수업시간은 제주 동쪽 헤집어 투어 하기로 2군데 이상은 no! 하준이가 재밌게 참여해야 하는 수업시간이니만큼 하준이 맞춤 투어로 진행됩니다. 곤충, 동물, 자연, 놀이동산 등 하준이가 좋아하는 위주의 투어인 데도 하준인 간 데 또가는 입맛식당처럼 놀이투어 섭외에도 간 데 또 가자 하기 일쑤여서 아쿠아, 고흐의 정원, 제주민속촌을 두 번 다녀와야 했어요.
투어를 마치고 신산리로 돌아와 저녁준비하는 동안 대부분은 2차 체육시간이 진행돼요. 그림일기 쓰고 난 뒤엔 종이접기를 하거나 무서운 곤충그림책을 할미한테 읽어주거나 트롯 방송에서 영웅이형 찾아내 음악감상하다 잠들면 하루일과 마침 소등을 해요.
하준이를 위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나 실상 하준이로 인해 늘 생기로운 여행을 맞으니 환갑 넘긴 두 사람에겐 복이 아닐 수 없어요. 제주동문시장에서 모자를 고르는데 쥔장이 막내가 되게 어려요? 하길래 많이 늦은 늦둥이라고 에두르며 옆지기와 눈웃음 흘렸어요. 자면서도 피식피식~웃음이 나오데요.
하준이 단골 베스트 4
또또고깃간은 흑돼지 연탄구이 전문점으로 선술집 분위기예요. 영웅이 노래만 나오는 오디오에 일단 하준이가 귀를 열고, 흑돼지의 쫀득거리는 맛과 달콤한 된장찌개에 마음을 연 하준이는 내내 또또고깃간을 가자고 졸라서 한 달 동안 네 번이나 또또또또 가야 했어요. 어른들이 자기한테 친구처럼 말 걸어줘서 좋고, 또또고깃간이란 이름도 재밌고, 그리고 흑돼지가 맛있어서 또또고깃간이 좋다니 분명한 색깔이 지닌 하준이 덕에 제주 1호 단골식당이 첫날 도착한 깜깜한 밤에 정해진 거지요.
신산리 바다는 6월부터 돌고래 출몰 구간이라 신산리 마을카페에 앉아 마을에서 재배한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돌고래를 볼 수 있답니다. 삼월이라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행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송악산둘레길에서 돌고래를 만났으니 이도 행운이지요. 신산리마을카페 앞에는 전복죽이 맛있는 하준이의 2호 단골식당 지환이네 포장마차가 있어요. 지환이 형의 아빠가 하준이에게 '잘생긴 총각'이라고 부르면 얼굴 가득 당연하단 표정으로 "난, 역시 잘생겼어." 말을 해서 모두를 웃게 만듭니다. 이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하준이라 멋있긴 해요.
조용했던 신산리가 드라마 킹더랜드 덕에 들썩이게 됐어요. 산책길에 자주 찾던 시간이 머무는 책방이 드라마에 나왔으니 사건은 사건입니다. 하준이가 뛰어다니던 마당에 수선화가 한가득 피어있고 꽃처럼 예쁜 윤아누나가 웃고 있으니 제주 동쪽에도 명소가 생긴 거죠.
표선에 나갈까? 신산리에서 차로 십분 거리 표선시내엔 하준이가 좋아하는 표선해수욕장도 있고, 하준이의 최애음식인 클래식치즈햄버거를 파는 롯데리아가 있어서 반색을 하는 곳이에요. 피클과 양파를 뺀 클래식치즈햄버거를 사러 나가는 길엔 예스주니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