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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Jan 20. 2024

숨구멍은 너였구나

하준이와 할미의 소소한 그림일기

하준이에게 일곱 살 겨울은 상실의 계절이에요. 하준이의 절친인 할미와 할아버지가 애틀랜타로  떠났기 때문이에요. 예정된 이별이었지만 슬픔을 다독일 줄 모르는 일곱 살, 하준이는 많이 슬펐어요.


수목원의 가을햇살


하준이는 산책하다 만난 오리를 보고 슬펐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산골저수지의 오리 세 마리~' 나태주 시인의 오리 세 마리를 함께 읊조리던 할미 목소리가 생각나서 눈물방울을 떨어뜨렸어요.


'셋이 날아가니 좋겠다'


젤리  같은 도롱뇽 알이 여기있어요

봄과 가을에만 개방되는 수목원은 하준이와 할머니가 자주 오래 함께 걷던 산책길이었어요. 봄에 젤리같이 투명한 도롱뇽 알을 만난 이후 내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하던 참에 할머니 없는 가을날, 수목원 산책길에 찾은 연못에 도롱뇽 흔적은 아무 데도 없었어요.


  '날 두고 어디 갔을까? 왜 다들 나만 두고 숨는 걸까'



이별 때문에 흘린 눈물방울이 차올라 저절로 그린 그림이 또 할미 얼굴이라 하준이는 편지를 썼어요.


애틀랜타에 내리는 비


세 달이란 시간이 얼마나 긴 지 하준인 달력을 보며 날마다 한숨을 쉬고, 할미집에 갔다가 할미 없는 빈방에서 한참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할미도 애틀랜타에서 한참 울었대요.


릴없이 애틀랜타에 비가 자주 오는구나, 했는데 할미랑 하준이의 눈물이 빗금으로라도 서로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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