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참나무 숲이 사브작사브작 바쁘게 움직이는 시월이에요. 참나무 아래 다람쥐들이 빨리빨리 왔다 갔다 하는 즈음에 할미와 할아버지가 은하수하우스에 왔어요. 내 선물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캐리어를끌고 오셔서 내가 얼마나 커다랗게 웃었게요.
그런데 할미가 오면서 똥싸배기, 오줌싸배기, 울배기 우주도 함께 왔어요. 우주가 오면서 은하수하우스가 우주하우스로 변해가고 있어서 속상해요. 엄마랑 아빠랑 셋이 꼭 끌어안고 잤는데 이제 엄만 우주만 안고 자요. 내가 기침을 한다고 나랑 아빠랑 내 방에서 자야 한대요. 난, 엄마랑 자고 싶거든요. 할미도 나보다 우주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틀림없어요. 우주는 똥만 싸고 울기만 하는데도 이쁘다고 웃어주는데 나만 보면 장난감을 치우라고 해요.
오늘은 진짜 진짜 화가 났어요. 은하수하우스에 택배가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나가서 뜯어보거든요. 대개 내 선물일 때가 많으니깐요. 그런데 오늘은 내 것이 하나도 없어요. 우주 옷이랑 기저귀랑 할미 화장품이 든 빨간 가방밖에 없어요. 빨간 할미가방이 눈에 반짝 들어오더니 은하수랑 놀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할미한테 빨간 가방을 달라고 하니 가방 줄 테니 똥싸배기 우주를 할미 달라는 거예요. 빨간 가방을 손에 꼭 쥐고 나, 집 나갈거야!통보했어요.
빨간 가방에 어제 마트에서 산 삐삐~노래하는 새랑 페파피그 인형을 담아 쿵쾅쿵쾅 현관으로 걸어가는데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해요. 엄마가 와서 꼭 끌어안아주며 사랑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엄마도 할미도 아빠도 날 쳐다보질 않아요. 창문 밖엔 깜깜이가 찾아와 있었어요. 밖에 혼자 나가면 망태할아버지가 어흥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서 손잡이를 잡고 누가 좀 잡아줘!!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우주가 크게 울어요.
"우주가 은하수 누나 가지 말라고 우는가 보다."
"은하수 누나가 안으면 안 울잖아. 우주가 누나를 엄청 좋아하나 봐."
똥싸배기, 오줌싸배기, 울배기여도 역시 내 동생 우주밖에 없어요. 생각해 보니 우주가 울 때마다 할미 한국 갈 때 데리고 가라고 내 맘처럼 말해주는 아빠가 있고. 뒷마당에서 무궁화 피었습니다, 놀아주는 할아버지도 내 편이었어요.
슬그머니 뒤돌아보니 울고 있는 우주랑 웃고 있는 엄마가 보이네요. 우주 대신 가방 도로 가져가야겠다고 할미가 웃으며 말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