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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Feb 04. 2024

우주도 가방도 내 거야

은하수랑 우주와 함께 그리는 애틀랜타이야기

뒷마당 참나무 숲이 사브작사브작 바쁘게 움직이는  시월이에요. 참나무 아래 다람쥐들이 빨리빨리 왔다 갔다 하는 즈음에 할미와 할아버지가 은하수하우스에 왔어요. 선물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오셔서  내가 얼마나 커다랗게 웃었게요.


그런데 할미가 오면서  똥싸배기, 오줌싸배기, 울배기  우주도 함께 왔어요.  우주가 오면서 은하수하우스가 우주하우스로 변해가고 있어서 속상해요. 엄마랑 아빠랑 셋이 꼭 끌어안고 잤는데 이제 엄만 우주만 안고 자요. 내가 기침을 한다고 나랑 아빠랑 내 방에서 자야 한대요. 난, 엄마랑 자고 싶거든요. 할미도 나보다 우주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틀림없어요. 우주는 똥만 싸고 울기만 하는데도 이쁘다고 웃어주는데 나만 보면 장난감을 치우라고 해요.



오늘은 진짜 진짜 화가 났어요. 은하수하우스에 택배가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나가서 뜯어보거든요. 대개 내 선물일 때가 많으니깐요. 그런데 오늘은 내 것이 하나도 없어요. 우주 옷이랑 기저귀랑 할미 화장품이 든 빨간 가방밖에 없어요. 빨간 할미가방이 눈에 반짝 들어오더니 은하수랑 놀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할미한테 빨간 가방을 달라고 하니 가방 줄 테니 똥싸배기 우주를 할미 달라는 거예요. 빨간 가방을 손에 꼭 쥐고  나, 집 나갈거야!통보했어요.


빨간 가방에 어제 마트에서 산 삐삐~노래하는 새랑 페파피그 인형을 담아 쿵쾅쿵쾅 현관으로 걸어가는데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해요. 엄마가 와서 꼭 끌어안아주며 사랑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엄마도 할미도 아빠도 날 쳐다보질 않아요. 창문 밖엔 깜깜이가 찾아와 있었어요. 밖에 혼자 나가면 망태할아버지가 어흥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서 손잡이를 잡고 누가 좀 잡아줘!!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우주가 크게 울어요.


"우주가 은하수 누나 가지 말라고 우는가 보다."

"은하수 누나가 안으면 안 울잖아. 우주가 누나를 엄청 좋아하나 봐."


똥싸배기, 오줌싸배기, 울배기여도 역시 내 동생 우주밖에 없어요. 생각해 보니 우주가 울 때마다 할미 한국 갈 때 데리고 가라고 내 맘처럼 말해주는 아빠가 있고. 뒷마당에서 무궁화 피었습니다, 놀아주는 할아버지도 내 편이었어요.


슬그머니 뒤돌아보니 울고 있는 우주랑 웃고 있는 엄마가 보이네요. 우주 대신 가방 도로 가져가야겠다고 할미가 웃으며 말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


"우주는 내 동생이야! 가방도 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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