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뜯고, 찢고>
우리집은 장판이며 벽지며 포리가 다녀간 곳은 그 흔적이 장렬하게 남아있다. 포리가 더 어렸던 시절,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곳곳을 앞밝로 긁고 입으로 뜯고 찢어놨기 때문이다. 거실 장판중 찢겨진 군데 군데에 같은 색깔의 코팅된 종이테이프를 임시로 붙여 놓았는데 우리가 외출하고 집을 비웠던 어느 날엔가 그 코팅된 겉면을 뜯어서 삼켰었나보다.
며칠 전 갑자기 바닥을 쉴 새 없이 혀로 핥더니 지난 새벽에 결국 토해버렸다. 나는 자다가 포리의 “웩” 소리를 듣고 벌떡 깨서는 불을 켜고 무슨일인지 살피다가 토사물을 발견했고 화장실로 가져가 분해하며 살펴보는 과정에서 그제서야 포리가 먹은 것들을 확인하게되었다. 많은 양의 코팅 비닐이 기다랗게 뭉쳐있는 것을 보고 왜 진작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까, 그동안 말도 못하고 혼자 괴로워했을 포리를 생각하며 너무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던 가족에게 괜히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좀 더 책임감 있게 챙겼어야 했는데, 그날은 이틀 연속 야간 근무가 있던 날이어서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했다.
새벽에 포리에게 수 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과 관련된 불편, 의심스러운 징후는 그것이 사소해 보이더라도 귀찮음을 핑계로 대처를 미루면 안된다. 그렇게 귀찮음들로 미루어낸 일들이 나중에는 얼마나 큰 것들을 잃게하는지, 그것을 깨닳은 순간에는 후회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