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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약 Sep 17. 2021

편두통 관리 : 두통일기 작성하기

두통일지의 필요성



두통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다른 두통환자도 두통 일지를 쓰고 있을까? 어떤 내용을 쓰고 어떻게 도움받고 있을까.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통을 잘 대비하고 있을까? 다들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된다. 모든 신경과가 다 같은 방식으로 환자를 대하진 않기 때문이다.


두통 일기는 유발인자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성공하리라 확신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써서 손해 볼 건 없다. 나도 요즘엔 관성적으로 기입하는 경향이 좀 있지만, 기록은 꼭 필요하므로 꾸준히 쓰고 있다. 편두통 환자가 의사 선생님을 만날 때 가져가야 할 필수 준비물이 바로 두통 일기인 것이다.


두통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는지 알고 있다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또한 두통 일기는 몸의 변화를 그나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다.

요 며칠 예전 두통 일지를 훑어봤는데, 내가 그랬지. 그때 참 힘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만큼 글을 쓸 정도로 나아졌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편두통 유발요인을 찾으려는 노력



나는 빨리 낫고 싶었다. 내 삶의 정상적인 궤도에, 원래 내가 있을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진행된 두통은 쉬이 좋아지지 않았고, 병원을 다니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으나 반년 정도는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한 통증은 일상생활을 불가능케 했다.


나는 적극적인 환자였다. 아픈 와중에도 때때로 두통 관련 책을 읽었고, 직접 표를 만들어서 두통 일지를 작성했다. 표는 런던 편두통 클리닉을 참고했다.

처음 몇 달 간은 아래 표를 사용했으나,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 의사 선생님께 내 상태를 온전히 표현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다른 형식의 표를 만들어 사용했다.













급성기 치료약 (진통제) 2종류



위 두통 일기 표에서 '투약한 약' 항목은 진통제를 포함한 급성기 치료약을 말한다. 급성기 약은 두통 발생 시 즉각적인 통증 완화를 위해 먹는 약을 말하며, 보통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당시 내가 복용한 약은 나프록센과 알모그란인데,


나프록센은 통증 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염진통제로 약국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흔히 먹는 진통제 성분인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과 비슷한 계열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신경과에서 두통약을 처방받기 전에는 이부프로펜을 복용했다)

나프록센은 편두통 환자에게 처방되는 진통제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약 중 하나이다. 몇몇 같은 1순위 진통제 중에서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등이 아닌) 나프록센을 처방받았다. 두통이 심하다면 타이레놀, 이부프로펜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알모그란(알모트립탄)편두통용 진통제이다. 성분명에서 드러나다시피 트립탄 계열의 약으로, 뇌혈관에 작용하여 두통을 완화시킨다. 트립탄 계열 진통제는 편두통 환자에게만 처방되는 성분으로 다른 통증 환자에겐 처방되지 않는다. 또한 가격은 성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싼 편이다. (한 알 한 알 소중히 아껴 먹게 된다..)



위 두통 일지를 썼던 시기에는 월경주기가 두통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생리 전후로 2주 간은 두통이 너무 심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끔찍한 시기였다. 통증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편두통용 진통제인 알모그란(알모트립탄)조차 나에겐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음 진료일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다른 트립탄 계열의 약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환자는 자신의 증상이 완화되는지 확인하고 더 효과가 좋은 약으로 변경할 수 있다. 개개인마다 본인에게 좀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편두통 예방약과 편두통 진통제가 있다.












새로운 두통 일기



몇 년이 지나 담당 선생님이 바뀐 이후부터는 선생님께 받은 두통 일지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만들어 쓰던 것보다 작성할 내용이 더 자세하다. 현재는 아래의 두통 일지에 작성하고 있다.







위 시기에 나는 대체적으로 어지럽거나,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동반됐으며, 두통 일기를 통해 찾은 두통 유발요인으로 저혈당 상태, 월경, 눈부심(빛), 더위, 피로할 때, 소음 등이 있다. 그러나 당시 두통 일지를 보면, 나는 너무 자주 쉬지 않고 아팠기 때문에 그리 의미 있는 정보로 생각되지 않는다.













두통 일기 작성 시 기입해야 할 내용



두통 일기에 기입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날짜, 두통 시작시간, 두통이 끝난 시간, 두통 지속시간, 두통 강도, 두통 증상(어떤 식으로 아픈지), 동반된 증상, 예상되는 유발요인, 두통 시 복용한 약, 응급약 복용 후 두통이 사라질 때까지 걸린 시간 등이다.


모든 항목을 정확하게 작성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두통의 시작과 끝, 증상 등이 수학공식처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기입하기 애매한 항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략적으로 라도 두통 일기를 작성하길 바란다. 하나하나의 요소가 의미 있는 정보라기보다 전체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두통 일기 어플



스마트폰을 이용한 두통 일기도 있다. 대한두통학회에서 만든 어플인데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수기로 작성하고 있기에 편하고 익숙한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두통 일기를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어플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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