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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약 Sep 18. 2021

편두통, 새로 생긴 사소한 습관

인내심



지나고 나니 하는 말이지만 나는 고통을 잘 참는 것 같다.(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던 걸 보면) 통증에 대한 인내심이 있달까. 일부러 감내했다거나 원체 타고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처음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신경 쓰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잖아?' 하는 생각과 '두통이 없는 사람이 어딨어? 좀 불편하긴 하지만.' 하는 마음이었다. 두통이 언제 생기는지 무슨 이유로 생기는지에 대해 딱히 짚히는 이유는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내 몸을 아끼면서도 고통에 점점 둔감해져 갔다. 두통이 꽤나 긴 시간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서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라서야 내가 꽤나 오래전부터 고통을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상비약



내가 두통을 앓고 있다는 걸 제대로 인지한 건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하루 내내 두통이 지속되었을 때였다. 약을 먹지 않는 한 어떤 행동을 해도 한 번 생긴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다행히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졌지만, 그럼에도 내가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필수 준비물은 진통제가 되었다. 밖에서 아플 때를 대비한 상비약이었다.


당시엔 뭐가 그리 좋은지(네 몸이나 챙겨라) 힘든 줄도 모르고 꾸준히 외출을 했다.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에게 가볍게 두통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도 알고는 있었던 거다. 요즘 두통이 있는데, 몸이 불편한데, 이거 어떻게 좀 나아질 수 없나 하고. (그럼 병원을 가야지...)

그래서 갑자기 입원을 하고, 어느 순간 직장을 그만두고, 상담을 받고, 힘들어했어도 '네가 갑자기 웬 두통이냐'라는 말은 듣지 않았다. 그러나 두통이 그렇게 힘든가? 갸우뚱 거리는 기색이 없진 않았다. 우린 같은 증상을 겪었어도, 같지 않았을 테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안일함을 반성하며



나는 내 몸의 변화에 귀를 열어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원래도 내 몸을 아끼지만, 무엇보다 가벼웠던 두통을 이토록 진행시켰다는데 오는 후회 때문이다. 두통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일상이 침범받은 건 정말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라 할지라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이전부터 내 일상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


두통으로 인해 내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그만두진 않았지만(참고 억지로 했으니까), 생산성이 떨어졌음은 자명하다. 진통제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너무 자주 먹지 않나 걱정하며, 통증을 참고 강행했다면 맑은 정신으로 행하는 것과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일상으로의 영향



나는 학생 때 자취를 하면서 두통을 겪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 대해  기억하는 게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이무렵 이전에 없던 버릇이 하나 생겼다는 건 알고 있다.


잠을 잘 때 한쪽 팔을 이마에 올리고 자기 시작했는데 손바닥, 손등, 팔목, 혹은 팔꿈치, 어느 부위가 닿는지는 크게 상관없었다. 오른쪽, 왼쪽 어느 팔이어도 좋았다. 뜨끈한 이마 위에 시원한 뭔가가 닿았다는 게 중요했다. 왜 이런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는지, 처음 시작이 어땠는진 모르겠다. 잠을 잘 때 자연스럽게 편안한 자세를 찾아 몸을 뒤척이듯 조금 더 쾌적한 상태를 추구하는 본능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자세의 무엇이 좋았는가 하면 이마에 닿는 내 살갗이 좋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살갗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좋았다. 이마는 뜨끈뜨끈한데, 팔은 시원해서 이마의 열을 잠시나마 식혀주었다. 또 팔을 이마에 올리면 눈을 가려 시야를 어둡게 만들었는데, 어둠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밤이라 불을 끄면 주변이 밝지도 않았는데 그제야 수월히 잠들 수 있었다.

쾌적함을 알게 된 몸은 자연스레 팔을 이마 위에 올리는 것을 수면 시 기본자세로 삼았다. 이마의 열기로 팔뚝이 뜨드미지근해지면, 손바닥으로, 손바닥을 다시 손등으로 바꾸다 보면 잠이 들었다. (내 이마는 볼록한 편인데, 시기가 의심스럽게도 이 이후로 볼록하던 이마가 평편하게 바뀌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이마를 눌러대서 그런 게 아닐까 추정한다!!)


체온계로 열을 잰다고 해서 36.5도 이상의 온도가 측정되지는 않았을 거다. 내 체온은 정상이었다. 미열도 있지 않았다. 머리가 뜨거운 것 같다고 여러 명에게 이마를 만져보게 했지만, 아무도 열이 있다고 하지 않았다. 사람은 보통 다 이 정도로 따뜻하다고 했다.

그러나 머리로 열이 오르는(나만 느끼는) 증상은 실제 했고, 점점 빛에 예민해지고 있었다. 나는 취침 시 미약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인 모를 열감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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