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망했네

by 시에나

'부스럭부스럭 트륵 툭'

거실에 앉아있는데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요란하게 떨어질 게 없는데 등 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딸아이가 흥겹게 멜로디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 망했네."

뒤돌아보니, 언제 먹던 건지 모르겠는 오징어땅콩 과자봉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고, 아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청소기를 찾으러 갔다. 예상컨대 아이가 전날 과자를 먹다가 남긴 채로 대충 소파 위쪽에 올려두었고, 바람에 떨어진 것 같다.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동안 나는 이 상황에서 흥겨운 듯한 딸의 행동이 웃겨서 내 앞에 엎드려 핸드폰을 보던 신랑에게 여기 좀 보라고 눈짓했다. 신랑도 뭐지 싶어서 목을 쭉 빼고 둘러봤다. 신랑은 으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건을 저질러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딸이 귀여워서 우리는 크게 웃었다. 이 와중에 신랑은,

"주워 먹으려면 큰 것만 주워 먹고, 나머지는 잘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

하며 킥킥대고 있다. 딸아이와 나는 하라는 대로 큰 알갱이를 주워 먹고 청소기를 돌렸다.


우리 집 식구들은 실수해서 물을 흘리거나,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연필로 선이 그어져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럴 수 있어도, 이전의 나는 아이의 실수를 혼내는 편이었다. 약간 강한 어조로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신랑은 달랐다.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그는 늘 실수한 딸아이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 주었다. 많은 육아서에 침착하라고, 실수를 이해해 주라고 쓰여있지만, 사실 실천이 쉽지 않다. 다 내가 치워야 하니까. 그러나 아이는 실수하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신랑의 태도를 따라보기로 했다. 처음에 쉽지 않았지만, 신랑이 나서서 치우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나도 안 할 수가 없게 했다. (이번에도 아이는 대충 치우다 다른 방으로 도망가고 신랑이 마무리했다) 막상 해보니까 또 된다. 물론 같은 실수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여전히 욱하지만, 처음 한두 번은 그런대로 참을만하다.


내 행동의 작은 변화가 아이의 마음가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아이가 커가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 번은 아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친구가 실수해서 음료를 흘려서 옷에 좀 묻었는데 딸아이가 옆에서 친구를 다독였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이는 친구들의 실수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이 친구들이 아이를 호구로 생각할까 봐, 누가 실수를 가장하여 의도적으로 너를 불편하게 하는 건 그러지 말라고 제대로 말해야 한다고 일러두기도 했다.


집에서 시도했던 작은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 큰 도전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가 실수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데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큰 힘이 되어주고 싶다. 오늘도 해프닝이 생겼지만 유쾌하게 넘긴 아이가 자랑스럽고,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키우는 사람도 자랑스럽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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