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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숨결을 걷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by 소금별

제주도하면 추천하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있다. 제주도 여행을 검색하면서 제주돌문화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마침 우리가 숙박했던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서 가까웠다. 사실 예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는 그냥 돌인데 구경까지 할 게 있을까 싶어서 지나쳤던 곳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넓었고 무엇보다 평이 좋았다. 그래도 어떤 곳인지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정보를 찾아보다 재미있는 전설을 알게 되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 신화 속 거대한 여신으로, 한라산과 제주도를 베개와 침대처럼 사용할 만큼 컸다고 한다. 백록담은 그녀가 불편해 뜯어낸 꼭대기의 흔적이고, 그 파편이 바로 산방산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설문대할망에게는 500명의 아들이 있었다. 하루는 길 떠난 아들들을 위해 큰 솥에 죽을 끓이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죽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돌아온 아들들은 배가 고파서 죽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막내 아들이 사람의 뼈다귀를 발견한다. 어머니임을 알아차린 막내 아들은 차귀섬으로 달려가 울다가 바위가 되어 버렸고, 형들도 구슬피울다가 영실에서 바위로 굳어버렸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남편과 두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재미있단다.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다가 오백장군이라고 일컫는 기암절벽을 넋놓고 본 적이 있는지라 우리는 “아하! 그 오백장군 바위가 그 오백장군이었네.” 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생각보다 넓은 곳이였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함께 하는 곳이라 제주다운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표소 입구 전설의 통로와 숲길을 지나면 돌박물관이 나온다. 제주의 형성과정과 화산활동에 대해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희귀한 제주도 화산석 400여점도 볼 수 있었는데 화산활동으로 나무가 그대로 굳어버린 화산석이 신기했다.


오백장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거대한 오백장군 군상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여기저기 서 있는 기암거석과 한라산 백록담과 설문대할망 죽솥, 물장오리를 상징하는 하늘연못이 압권이었다. 시대별 제주돌문화전시관을 돌면서 돌에서 태어나 돌에 묻히는 제주인들의 삶을 느끼다보니 제주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관광지로 알려지기 이전의 제주도는 참으로 척박한 지역이었다. 외지와 떨어져 있고 척박한 땅인지라 농사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들은 억척스럽게 물질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고 돌이 많은 곳이라 모든 생활품을 돌로 만들어 사용했다.


제주전통 무덤 좌우에 세웠던 작은 석상인 동자석은 장묘문화 중 하나라고 하는데 야외전시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를 알기 위해서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 민속을 담은 돌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중심에는 설문대할망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제주돌문화공원을 산책하면서 또 이렇게 제주도를 알아간다.


제주의 돌에는 바람과 시간이 새겨져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설문대할망의 숨결과 오백장군의 전설을 따라 걸으며, 제주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이든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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