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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그리고 새

by 소금별 Jan 08. 2025

산책하려고 옷을 챙겨 입는다. 초봄처럼 포근하던 날씨가 1월이 되자 매서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목도리까지 단단하게 두르고 집을 나선다. 산책코스는 늘 그렇듯이 아파트 옆 작은 근린공원이다. 장갑까지 중무장을 했더니 추위가 덜 느껴졌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오늘은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산책나온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썰렁해진 공원길을 걸어본다. 걸으면서 습관처럼 공원에 있는 식물들 이름을 말해본다. 저건 좀작살나무, 화살나무는 잎을 다 떨궜네, 이건 뭐지? 식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스치는 식물들을 예사롭게 넘기지 못한다.


잎을 다 떨구고 보라색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 사이로 작은 움직임이 보인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까이 가보니 새 였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다. 무슨 새 일까 싶어서 새를 살펴본다. 작은 크기의 새가 열매를 쪼고 있었다. 몸 색깔이 연둣빛을 띠는 새였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동박새였다. 도시숲에서 자주 보이는 새라고 하는데 나에겐 생소했다. 그때부터 눈에 안 들어오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 옆 작은 텃밭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까치가 총총거리며 뛰고 있다. 머리와 목은 푸른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배는 흰색을 띠는 박새도 보인다. 박새는 나무가 있는 정원이나 도시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겨울에는 주로 풀이나 나무의 씨앗을 주워먹는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숲에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잊고 있었다.


혼자 외롭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주변에는 그렇게 생명들이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저쪽에서 갑자기 새들이 비행한다.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접고 미끄러지듯 날아온다. 뾰족한 몸과 회색 깃털로 뒤덮인 새는 중부 이남에서 아주 흔한 텃새인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는 윗면과 날개는 어두운 회색이고 깃끝에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산책하면서 새에게 관심을 두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세상 사는 것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있어야 보인다. 관심이 없으면 존재하고 있어도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이 그랬고 그림이 그랬다. 그림에 관심을 두니 그림이 보였고 미술관에도 관심이 갔다. 책을 읽으니 다양한 책을 읽게 되고 작가 강연에도 참여하게 되고 글을 쓰게 되었다. 2025년 내 관심은 어디로 향할까? 관심이 향하는 곳에 또 새로운 도전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어, 저 새는 처음 보는데 이름이 뭐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또 새 한마리를 발견했다. 머리 위와 아래는 짙은 검은색이고, 배는 따뜻한 주황빛을 띠는 새였다.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곤줄박이였다. 박새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새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날 처음 보았을까? 산속 뿐만 아니라 공원, 주택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로 가늘고 높은 소리로 운다고 한다. 나는 이날 곤줄박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오늘 산책하면서 어떤 새들을 만났는지 헤어보니 8종류는 만난 것 같다. 집 근처 공원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던지라 신기했다. 새만 발견하면 눈이 커지는 나의 내면에는 꾀꼬리가 있었다. 어렸을 적 자주 보이던 노란색의 꾀꼬리가 내 시선을 새로운 곳으로 이끈다. 꾀꼬리는 나에게 그리움이였다. 누구든 그런 그리움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고 있겠지. 한겨울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마음 따뜻하게 하는 그리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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