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나무를 심는 하루

by 소금별

오늘 아침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위내시경을 포함한 전반적인 검사를 받았다. 수면내시경 덕에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는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었으나 다행히 문제없이 잘 마쳤다. 검사가 끝난 뒤 따듯한 죽을 천천히 먹으며 나 자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넸다. 때로는 먹는 것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집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비전도서관으로 향했다. 차분한 가을 햇살을 머금은 풍경을 눈앞에 두고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다. 이야기는 황폐해진 산에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의 여정을 담고 있었다. 주인공은 황폐해진 산에 도토리를 심으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그는 외로운 싸움을 통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 나무가 자라나면서 숲이 회복되고,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제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지 않는다. 한 사람의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따듯한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아무런 놀라움도 주지 못했다.”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노인이 들려주는 말이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한 덩이 재로 남는 게 두려워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했다는 싯구가 마음을 두드렸다. 요즘 내 마음이 이랬다. 책을 읽다가 커피가 생각나서 아이스라떼를 주문했다.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맑고 따스했다


AI 인생작가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 덕동산을 가볍게 산책했다. 고요한 산책길을 걸으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내 사고방식이 너무 딱딱한 걸까?" 그런 생각이 마음에 스며들자 슬픔이 찾아왔다. 나무처럼 유연해져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이런 걸 아집이라고 해야 하나! 벤치에 앉아 호수처럼 말간 하늘을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오늘 읽은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처럼, 나도 내 마음속 황폐한 부분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싶다. 하루는 바쁘게 지나갔지만 내 마음에 남은 우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마음의 황폐함이 사라지고 좀 더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 안에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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