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제목의 드라마를 보았을 때 무릎을 탁치며 TV 화면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왜 이렇게 시대를 비꼬는 듯한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드라마는 7살 아이를 영어학원에 라이딩해주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었다.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교육열 높은 강남이라면 저렇겠지 싶었다. 심지어 라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까지 있다니 웃픈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요즘 챙겨보는 흔치 않은 드라마가 되었다.
드라마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우리 부부도 라이딩 인생을 살고 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예정에 없던 라이딩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와는 거리가 먼 7살 아이들의 라이딩 인생을 더 몰입해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말인 오늘 아침에도 늦잠을 자지 못하고 7시가 채 되기 전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절로 눈이 떠진다. 토요일 아침에는 아이 기숙사에 들러 빨래감을 받아온다. 옆지기와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며 마음을 지피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자 기숙사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옆지기가 기숙사로 들어가더니 눈에 익은 민트색 캐리어를 끌고 나온다. “얘는?” 내 물음에 남편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숙사 앞에 말없이 서있다.
아이들이 각기 다른 캐리어를 끌고 나오더니 기숙사 앞에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한다. 기숙사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퍽 낯설다. 갑자기 내 동공이 커진다. 현관에서 나오는 아들을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살포시 안아본다. 잠을 못 잤는지 얼굴이 푸석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 뺨을 만지작거리자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듯 아들이 몸을 살짝 빼고는 아이들 무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 부부는 차로 돌아와 아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목을 빼고 쳐다보았다.
우리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져온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집안일을 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주말 일상이 시작된다. ‘평일보다 더 바쁜 주말이라니!’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투정을 하면서 셔츠를 손빨래하고 옷걸이에 걸어 햇볕에 말린다. 따스한 햇살에 빨래들이 보송보송 해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까지 산뜻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해맑아진다.
아이가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우리 부부는 주말에 서너번 아이를 라이딩 한다. 오후 5시, 아이가 나올 시간에 학교에 가면 우리처럼 아이를 태우러 오는 차들이 쉼없이 들어온다. 아이를 기숙사에 데려줄 때도 다른 아이들을 태운 차들이 줄지어 학교로 들어간다.
그래서 였을까? 유치원 아이를 영어학원에 데려다주는 드라마 ‘라이딩 인생'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정함이 무기라는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을 일렬로 줄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