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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 엄마 사자의 마음으로

by 소금별


기숙사 생활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었다. 아이를 처음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 속으로 울었다. 집에 와서 텅빈 아이 방에 들어서니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아이를 군대에 보내면 이런 심정일까, 그 슬픔을 가늠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커버린 아이 얼굴에 어린시절의 아이 모습이 오버랩 되니 봇물이 터지듯 눈물이 흘렀다. 옆지기도 잠이 오지 않는지 “참!” 하며 뒤척였다. 내 눈물을 들킬까봐 숨죽여 우는 밤이었다. 우리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면서 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을 맞았다.


그런 슬픔이 며칠동안 이어졌다. 아이 방문을 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애써 외면했다. 그래도 아이 안부가 궁금해서 기숙사에서 나오는 시간에 맞춰 카톡을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아들, 잘 잤어?” 카톡에 있는 숫자 1이 사라지면서 ‘어'라는 짧은 답변이 달렸다. 그리움은 오롯이 부모의 몫인 것처럼 내 그리움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티를 안냈을 뿐이지 낯선 공간에서 잠을 못 이루기는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밤새 뒤척이다 잠을 깨우는 음악 소리에 눈을 비비며 애써 일어났겠지. 잠을 못자서 눈은 퉁퉁 부었겠지, 저도 집 떠나 울컥했겠지. 그리움을 들키면 엄마처럼 울컥하고 울어버릴 것 같아서 속으로 삼키고 있었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한 주가 달팽이처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이 시간이 흘러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어둡던 아들 얼굴이 만날 때마다 개나리꽃처럼 환해지는 것을 느낀다. “ 그 어린 것을 떼어놓고!” 친정엄마는 나를 모질다고 했다. 열 일곱살이라고는 하지만 어린 나이인데 당연히 집이 그립겠지, 매일 엄마가 옆에 있다가 없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하셨다.


생각해보면 옆지기의 말처럼 나는 헬리콥터 엄마였다. 아이들을 중간에 두고 빙빙 돌면서 필요한 게 없나, 도와줄 게 없나 전전긍긍하며 살폈다. 그게 아이들에게 독이 되었을까? 반문하면서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는 엄마이기도 했다.


문득, 언젠가 보았던 다큐멘터리 장면이 생각이 난다. 드넓은 초원에 엄마 사자와 아기 사자가 걸어간다. 엄마 사자는 빠르게 걷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 그 뒤를 쓰러졌다 일어서며 한 아기 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 엄마 곁에는 건강한 아기 사자가 함께 가고 있다. 엄마 사자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허약한 아기 사자는 계속 엄마 뒤를 따르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모습이 사라진다. 어떻게 보면 냉혹한 야생의 모습이지만 엄마 사자가 강해야 아기 사자도 살아남는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느꼈던 것 같다.


기숙사 생활 한 달, 그 시간 동안 나도 아이도 한 뼘씩 성장했다. 아이는 곧 엄마 곁을 떠나 독립을 하듯이 다시금 인생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애처롭고 안타깝지만 엄마 사자처럼 나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라디오를 들으며 글을 쓰다가 창 밖을 쳐다보니 눈발이 날리고 있다. 봄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눈이라니! 변덕스런 계절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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