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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by 소금별


고등학교 입학하고 기숙사에 입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 지났으니, 이별에도 조금쯤 익숙해졌으리라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아들을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토요일, 일주일 만에 집에 온 아들이 피곤해보여서 좀 자라고 했더니 한 시간 뒤에 깨워 달라고 했다. 편히 자라고 불을 끄고 나왔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너도 피곤했겠지.’ 안쓰러운 마음이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그다음 날, 아침을 준비하다가 아이 방문을 열었더니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들은 어제 왜 깨우지 않았냐며 원망하지 않았다. “언제 일어났어?” 내 물음에 아이는 방금 전에 일어났다고 했다. 잠을 좀 자서인지 아이 얼굴이 맑아보였다.


아침을 먹고 산책을 가자고 했더니 웬일로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공부한다고 실내에만 있었으니 너도 답답했겠지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강하게 키워야지 다짐했는데, 난 아직도 어미 사자가 되기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벚꽃을 보러 간다. 고등학교 들어가고 얼마만에 하는 나들이인가 싶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는 벚꽃이 팝콘처럼 터져 있었다. 꽃들이 제각각 속삭이며 봄을 부추기고 있었다.


옆지기 뒤를 아이와 나란히 걸어간다. 그새 아이 키가 아빠 키를 훌쩍 넘어섰다. 아들의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 더 젖혀야 했다. 학교 생활은 괜찮아? 힘든 건 없어? 공부는 잘돼가? 조심스레 물었더니 아이는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산책로를 걷고 벚꽃을 보고 하늘거리는 진달래를 본다. 옆지기는 행여나 아이 공부시간을 뺏은 건 아닌지 걱정하는 소리를 하고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우리는 뜨거운 호떡을 맛있게 먹으며 주말 오전을 보냈다. 벚꽃을 배경으로 따뜻한 봄날을 추억할 사진을 찍는다. “아들, 그래도 나오니까 좋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의 눈빛이 맑게 빛났다.


그날 저녁, 여느날처럼 캐리어에 옷을 챙기고, 교복을 다리고, 이른 저녁을 준비한다. 식탁에 모여 이른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출발한다.


학교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끌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자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진다. 기숙사 앞에는 아이 짐을 들고 배웅하러 온 부모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저 엄마는 의연할까?’ 아직도 나는 아들을 기숙사에 들어보낼 때 마음이 아리고 눈이 시큰해진다.


문득, 거침없이 앞으로 돌진하는 코뿔소가 떠오른다.

그래,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너는 너의 자리에서, 나는 나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잘 살아내고 주말에 우리,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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