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가르며 차들이 달리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종종 걸음으로 걸어간다. 나즈막한 음악 소리, 차들이 빗물을 가르며 지나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들려온다.
주말 오후, 무인카페에 앉아 학원에 간 아이를 기다린다. 필사를 하고 정원에 관한 책을 읽는 동안 커피가 싸늘하게 식어간다.
손님은 우리뿐인 카페에 앉아 옆지기와 대화를 나누고 나만의 상념에 빠져서 밖을 쳐다본다. 오랫만에 내리는 단비에 활짝 핀 벚꽃들이 젖어간다.
주말인 오늘,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학교 기숙사로 향했다. 서둘러 도착하니 아이는 보이지 않고 캐리어만 보였다. 이미 한무리의 아이들이 기숙사를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굴 보고 싶었는데 갔나 봐.” 빨래감이 든 캐리어를 들고 나오는 옆지기가 아이 얼굴을 못봤다며 아쉬워한다.
아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여서 아이에게 “어디니?” 하고 카톡을 보냈다. “1층에 있어.” 그제야 학생들에 섞여 나오는 아이가 보였다. 다가가서 한 번 안아보고, 아들 옆에 서있는 친구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참, 너희들도 고생이다.’ 나는 차마 말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안쓰러움을 삼켰다.
아이가 학생들 무리에 섞여 사라지고 그 뒤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캐리어, 사각형 캐리어, 아이보다 더 큰 캐리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숙사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나에게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들의 피곤함을 위로하듯 나무 위에서 갓 피어난 벚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애처로워 나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아이들 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그들이 걸어간 길을 조용히 따라갔다. 그 길에 기숙사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매점이 보였다. 그곳을 지나며 과자나 빵을 사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른들이 만든 교육의 틀에 아이들이 갇혔다. 이제 고1인데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2시 30분까지 공부일상을 보낸다. 잠이 부족해서 시간만 나면 봄날의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진다.
오늘도 나는 단잠을 못 자고 학원으로 향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무인카페 창가에 앉아 조용히 아이를 기다린다. 그 아이의 봄날이 언젠가는, 진짜 봄처럼 따뜻하고 환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