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겨울의 그림자

by 소금별



너에게 닿기를, 겨울의 그림자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던 지난 1월 초, 중학생 아이의 졸업식에 갔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은 졸업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축하말과

각종 상장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 편의 동영상에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화면에는 이날 졸업하는 아이들의 3년간 추억들이 흐르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내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해맑은 학생들 사진과 함께 하나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 곡이 10CM의 <너에게 닿기를>이란 노래란 것을.

그 졸업에 대한 여운 때문인지, 노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

그날 이후로 이 노래를 자주 듣고 있다.


영하권에 접어든 기온으로 인해 이번 주 추위가 매섭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나는 반대로 개학을 했다.

물고기가 물 위로 떠올라 숨을 쉬듯이 나도 산책을 하며 숨을 쉰다.


<너에게 닿기를> 노래를 들으며 잔뜩 옹송거리며 하천을 걸었다.

오늘도 몇 마리의 오리들이 여기저기 모여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간밤에 내린 눈인지 가늠할 수 없는 갈대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물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오리, 부지런히 자맥질을 하고 있는 오리.

오늘의 오리는 어제 봤던 그 오리들일까,

나는 하릴없이 생각했다.


햇살을 받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여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쳐다보았더니 물고기 비늘이었다.


검은 오리가 자기 부리보다 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었는데,

한 번에 삼킬 수 없어서인지 물고기를 자꾸 물에 패대기쳤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바라보니 물고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오리는 물고기를 이리저리 흔들고 패대기치면서 조금씩 삼켰다.

내가 멈춰서 바라보는 동안 물고기는 거짓말인 양,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겨울 오후의 햇살이 점점 따스해지고 있었다.

짤막하던 내 그림자가 저만치 달아나며 키다리가 되어갔다.

<너에게 닿기를> 노래는 반복되고,

겨울 그림자는 어느새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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