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작은 만두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손에 들린 만두 봉투엔 ‘장** 손만두’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바로 그곳이었다. 사람 이름을 내건 가게라니! 내 발길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한 아저씨가 만두를 찌고 있었고, 또 다른 아저씨는 만두를 빚고 있었다. 가게 안은 작은 규모로 두 개의 테이블이 전부였다. 밀가루가 희미하게 날리는 좁은 공간에서 아저씨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손으로 꾹꾹 만두 속을 채워 넣는 모습이 어딘가 정겹고 따스했다. 만두를 기다리며 엉뚱한 상상을 했다. “혹시 두 분이 형제인가요?” 뜬금없는 내 물음에 한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닮아 보이나요?” 내 상상은 여지없이 어긋났다. 두 분은 형제가 아닌 그저 동업자였다. 아저씨들이 무척 닮아 보였던 것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유대감 때문이었을까. 부부도 세월이 지나면 닮는다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도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쳐다보며 고기만두 1인분을 시켰다. 간장과 단무지가 나오고 이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나왔다. 만두를 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만두의 따듯함이 입안에 퍼지며 모든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시던 만두처럼 익숙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만두를 좋아하는 작은 아들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곳이 유명한 가게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오후 2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곳을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쁜 일상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무척 소중한 일이다. 요즘 나는 그런 곳을 한 군데씩 시나브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가게 안은 청결해 보이지 않았다. 밀가루가 날리고, 정돈되지 않은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조리 도구가 놓여 있었다. 어쩐지 맛집은 정갈한 곳보다 이렇게 어지러운 질서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먹는 손님보다 포장하는 사람이 더 많은 가게! 나처럼 이곳을 우연히 찾은 손님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요즘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쫑긋 세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작은 가게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벽보를 보며 혼자 공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금방 쪄낸 따듯한 만두가 목구멍을 타고 내 안으로 뜨겁게 스며들었다.
따듯한 햇살이 길 위로 쏟아지는 봄날, 나는 만두를 먹으며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이 순간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나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오늘 이 만두 가게는 내 마음속에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가끔 찾아오고 싶은 곳, 산다는 것도 별스럽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나에게 의미를 주는 것들에 마음을 싣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삶 속에서 작은 것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오늘 만난 만두 가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