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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날, 봄이다

by 소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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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와 아이가 집을 나서면,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서니 나의 하루가 길어진 느낌이다. 구피에게 먹이를 주고, 거실 식물에는 분무기로 촉촉이 물을 뿌려준다.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 식물 받침대에는 물을 조금 부어준다. 봄이 되니 식물이 쑥쑥 자란다.


식물까지 살펴보는 루틴이 끝나면 나도 외출준비를 한다.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서니 봄기운이 느껴진다. 추위에 꼭 여물고 있던 목련이 조금씩 봉오리를 벌리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관목에도 새싹들이 돋아나 짧게 자른 아이 머리카락처럼 귀엽다.


버스 안에도 봄볕이 들어와 따스한 햇살에 조는 고양이처럼 내 눈을 감게 만든다. 창밖에 쟁기질 한 논들이 보이고, 모종상에는 상추며 딸기며 모종들이 가득하다. 벚나무에 금방 필듯 말듯 꽃봉오리가 연분홍빛을 빛낸다. 이러다가 아우성치듯 꽃들이 활짝 펼쳐지겠지.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는데 자목련이 보인다. 중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라는데 자주색의 꽃잎이 한복 치마처럼 곱다. 자목련 옆에는 백목련이 새색시처럼 수줍어하며 피어있다. 목련과 비슷하지만 흰색이기에 백목련이라 불린다. 목련꽃은 예뻐서 관상용 뿐만 아니라 차로도 즐긴다는데 백목련을 보고 있으니 물 속에서 곱게 피어나는 목련차가 떠오른다.



KakaoTalk_20250401_161035822.jpg 어미 코끼리의 꼬리를 꼭 붙잡고 따라가는 아기 코끼리. 봄날처럼 따뜻한 풍경이다.


봄을 만끽하며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오늘 수업은 일상 관찰로 반려식물이나 동물을 드로잉하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어미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를 물감으로 드로잉한다. 어미 코끼리가 풀밭을 걸어가는데 아기 코끼리가 코로 어미 코끼리의 꼬리를 감고 따라가고 있다. 부지런히 어미를 따라가는 아기 코끼리가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KakaoTalk_20250401_161036219.jpg 따뜻한 봄날,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여 그려본 고양이 한 마리


봄에는 봄의 생명력을 고양이에 빗댄 시 ‘봄은 고양이로다’가 떠오른다. 봄의 따뜻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는 시가 떠올라 고양이도 한 마리 그려본다. 느낌 가는 대로 수채화 물감을 풀어 윤곽을 잡고, 수채크레파스로 쓱쓱 덧칠해본다. 그리는 그림마다 봄을 품고 있다.



KakaoTalk_20250401_161036594.jpg 봄꽃을 그리다 보니 내 마음에도 작은 꽃들이 피어나는 기분이다.


봄이면 꽃도 빼놓을 수 없겠지. 꽃 화분도 내 마음대로 그려본다. 쓱쓱! 크레파스가 지나가는 자리에 봄이 피어난다. 오늘은 무엇을 해도 기분 좋은 날이다. 봄이란 그런 것 아닐까? 어느새 봄이란 녀석이 성큼 다가와, 우리 곁에 머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봄은 흔들리지 말고, 포근한 온기를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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