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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타는 고양이

by 권영순

요즘 까미가 이상하다. 유난히 베란다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양이도 봄을 타나? 싶을 정도로 긴 시간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

공원에서 집으로 데려 온 지도 1년 반이 지나간다. 공원에서 태어나 6개월을 보냈으니 그리운 건가? 우리가 매일 돌아가며 급식을 했으니 공원에서 먹이 걱정 없이 살 수도 있었는데. 내가 공연히 애 불쌍하다고 데려온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이 근래 자주 든다. 특히 하염없이 베란다 창밖을 바라볼 때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길어져서만은 아니다.

누가 외출을 할라치면 부쩍 현관문 앞에 미리 나가 앉아 있어 더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따라 나서는 것도 아니다.

지난 겨울 녹내장 문제로 동물병원을 갈 때였다. 이동장에 넣을 때부터 아주 심각한 비명을 질러댔다. 마치 늑대 울음소리 같았다. 아우 우~~~. 이런 소리를 내서 계단을 내려가며 당겨 안아 보니 심장이 펄떡거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이동장 안에 손을 넣어 만져 보고 내가 다 놀랄 정도였다.

‘까미야. 눈 아프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한테 가는 거야. 걱정 마. 엄마 있잖아.’

막상 병원에 가서는 낯선 환경에 주눅이 들었는지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너무 얌전해 웃음이 다 나왔다.

봄이 되니 춥지도 않고 바람도 거칠지 않으니 창가를 더 선호할 수는 있다. 사람도 활동력이 왕성해지니 혹 고양이도???

행여 밖이 그리운가 싶어 현관문을 열어 놓고 계단으로 안고 나가 내려나 줘 봤다. 하지만 마구 뛰쳐나갈 것 같아 보이던 것과는 달리 딱 계단 3개를 내려가 본다. 그러더니 다시 올라와 계단 3개를 올라가 냄새를 맡고 다닌다.

‘이게 끝!’

하는 순간이었다.

아래층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싶자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와 버린다. 마음은 나가 돌아다니고 싶으나 겁이 나는 모양이다. 결국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를 했다.

‘거 봐. 집 나가면 다 개고생이야.’

공원이란 야생에 살면 자유도 있지만 그 누군가와 장난 아니게 영역 다툼을 해야 한다. 특히 수컷들은 길게 봐야 2년이다. 삶이 너무 불안정해 보인다.

알파 수컷처럼 보일수록 더 위태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 그 자리가 일 년을 가지 않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이 지역 알파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 볼 때마다 능글맞은 표정이 압권이다. 지난 번 꼬짤과는 다른 녀석이다

매일 끈질기게 찾아 돌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 기간은 더 짧아진다. 저절로 도태된다고나 할까?

공원에 그냥 뒀으면 까미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까미는 밤마다 이렇게 내 팔을 베고 잔다.

작은 아들에게 나리를 입양시킬 때 잠시 고민이라는 걸 했다. 집에서의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나리를우리 집으로 들이고 대신 까미를 보내는 건 어떨까 하는.

그러나 그 생각을 금방 접었다. 까미를 보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진실은 그때 다 깨달은 거 같다. 내가 까미에게 더 애착을 느끼고 있음을.

도저히 개를 기를 것처럼 보이지 않는 분이 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모임에 나와 우리들에게 입양한 개 사진을 보여주셨다. 사진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받은 게 보였다. 심지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개엄마 모임도 만들어 각종 정보도 공유하고 친목도 다진다는 소리를 하시는데 우리 모두 말은 안 했지만 다들 놀랐다. 개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넘치는지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 모임에는 기르는 개를 두고 일주일 이상 여행을 가지 못하시는 분이 도 있다.

까미를 데려다 키우는 내가 그런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날은 반려동물 이야기로 시작해서 화제가 다른 것으로 가지도 못하고 파했다. 코로나 시국에 힘들게 만나 개 이야기로 시간을 다 쓰다니???

집사들의 나날은 대개 비슷하다. 일어나는 일도 크게 변화가 없다. 그러면서도 매일이 버라이어티 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아들이 입양한 나리의 2차 백신 접종일은 한 달 전이란다. 아직 데려가지 못하는 건 예민한 반응 때문이라나 뭐라나.

가 보니 애를 캐리어에 넣지 못하고 신경전이다.

‘야. 그냥 잡아서 넣으면 되지. 무슨 고양이 눈치를 봐. 보긴! 놀아줘서 힘 빠지면 잡아 데려간다는 게 말이 돼???’

개와 달리 냥이들은 외출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며 어이없다고 뭐라고 하다 잔소리를 멈추었다. 나리는 작은 아들이 입양한 제 고양인데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창가에 그림같이 앉아 바깥 구경을 좀 길게만 해도 봄을 타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나와 어쩌면 다르지 않을 게 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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