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를 일주일 동안 보지 못했다.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아 기운이 빠져 돌아왔다. 벌써부터 낮이면 지나치게 덥다. 6월이니 더위가 당연하긴 한데 올여름이 걱정된다. 무엇보다 비가 너무 안 오는 게 문제다. 농사짓는 분들의 근심은 얼마나 클지.
공원도 하루만 물을 주지 않으면 메마른 흙들이 먼지로 푸석거린다. 운동화에 흙먼지가 달라붙어 뿌옇다.
아롱이가 걱정되는 이유가 있다. 지난겨울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다. 녀석 배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또 새끼를 가진 건지? 잡을 수가 없으니 무슨 일인지 알고 싶기만 할 뿐 처치를 할 수도 없다.
밥자리에 두고 오는 밥을 누군가 먹기는 한다. 한참 있다 가 보면 그릇은 비어 있다.
봄이 무르익으니 공원에 사람이 넘쳐 고양이들이 오가기가 불편하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근래 들어 내가 불러도 냐옹 거리며 나오는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 4년 동안 불러대며 밥을 준 나로서는 이상할 수밖에.
저녁을 먹고 다시 나갔다. 발바닥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롱이를 찾아 다닐 때였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분들은 상당히 많다. 당연히 지나다니다 아롱이에게 밥을 주는 나도 자주 봐서 익숙했을 것이다. 그런 분 중 하나였나 보다. 삼색이 한 마리가 지난 토요일 포획되어 갔는데 아롱이 같다고 알려주셨다.
가슴이 서걱거렸다. 나도 모르게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버벅거렸다. 평소에도 잘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그나마 일시 정지 상태가 된 것 같았다.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길냥이 중성화 사업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무턱대고 전화를 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날은 공휴일이라 다음 날 보러 가겠노라 했다.
이미 이틀 밤이 지났다. 녀석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병원에 가서 아롱이 중성화 수술을 하신 선생님에게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포획 대상이 아롱이가 아니었는데 엉뚱하게 녀석이 포획틀에 들어가 있었단다. 포획하시는 분이 육안으로도 상태가 심각해 보여 일단 데려가셨다고 하셨다. 수술을 하기엔 아이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본인도 망설이셨단다. 덧붙여하신 이야기에 그동안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자궁에 고름이 가득 차 있어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며칠 살 지 못했을 거라고. 포획틀에 들어간 건 아마 살기 위해서일 거라고까지 하셨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갈수록 행동이 둔해지고 먹는 양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공원 안에서 새끼를 가지는 것 자체가 근친 교배라며 중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셨다. 평생 녹내장으로 하루 두 번 안약을 넣어야 하는 우리 까미 병도 근친 교배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진단하셨다.
작년 사비를 들여 인근에서 암컷 아로를 중성화시키다 죽은 충격으로 더 이상 겁이 나서 망설여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을 겪어 망설이는 게 이해는 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도 중성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입원한 지 5일 뒤. 아롱이는 회복되어 포획장소로 돌아왔다. 당일에는 밤에 나가 돌아다니며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병원으로 찾아간 내가 눈을 맞추며 '이제 너 살았대. 안 아플 거래. 걱정 마.'라고 할 때는 그래도 안심하는 표정인 것 같더니.
다음 날은 이름을 부르자마자 나온다. 키 작은 나무 사이에서 비쭉 고개를 빼고 나와 눈을 맞춘다. 어찌나 귀엽던지. 심지어 나를 따라다니며 뭐라 뭐라 냐옹 거리며 말을 건다. 자기 잡혀가서 무섭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큰일 날 뻔했는데 잘 돌아왔다며 쓰다듬어 주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대신 좋아하는 닭고기 트릿을 듬뿍 그릇에 부어줬다. 정신없이 먹는다. 동물병원에서도 뭘 잘 먹지 않아 입이 짧다고 의사 선생님이 한 마디 하셨다. 아롱이용으로 가방 안에 늘 가지고 다니는 캔과 츄르를 꺼내 병원에 두고 돌아왔었다.
여기저기 밥을 주러 다니는 나를 따라다니는 아롱이를 보니 집을 나설 때마다 현관 앞에서 눈치를 주는 아롱이 아들 까미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