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음수대 앞에서 냥이들 밥그릇을 닦고 있었다. 공원 음수대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가끔 개에게 물을 먹이는 사람도 있고 일부 고인 물은 까치나 참새 비둘기 등이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겨울이다. 몇 번 공원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냥이들 밥그릇을 닦은 적이 있었다. 곧 강력한 태클이 들어왔다. 그곳 청소를 하시는 여사님이 세면대가 막힐 수 있다며 내게 싫은 소리를 한 것이다. 그게 몇 번 거듭되니 나도 결국 사용을 포기하고 고양이에게 줄 물마저 집에서 페트병에 담아 간다.
냥이들 먹이를 줄 때마다 사람들은 다양한 눈치를 준다. 거기다 여사님의 눈치까지 보기 싫었다. 냥이들 먹일 캔과 건사료에 물병까지 동원하니 나갈 때마다 검정 비닐봉지가 축 늘어질 정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외 음수대를 잠그지 않는다. 덕분에 나도 자주 그곳을 애용한다. 그날도 세척을 해 돌아서는데 어디서 야~옹 소리가 났다. 모른 척하고 돌아섰다. 몇 발자국 떼었다. 마음이 약해 돌아서서 관심을 보이면 먹이는 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백퍼센트가 되기 때문이다. 눈치 천 단인 녀석들이라 내가 든 비닐 봉지의 부스럭대는 소리만으로도 귀신같이 주변에 몰려든다. 녀석들의 아는 척을 내가 먼저 끊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불렀다. 아예 소리를 지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돌아봤다.
치즈 냥이 한 마리가 나를 따라 뛰며 부른다. 아차! 싶었다. 아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귀요미는 지난해 한동안 음수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었다. 귀요미 밥을 주러 갈 때마다 치즈 냥이 두 마리와 한쪽 눈을 실명한 고등어 한 마리가 주변에 나타나 밥을 청했다.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실명한 고등어 한 마리가 마음에 걸려서였다.
우리가 돌보던 고등어 한 마리도 왼쪽 눈 실명 상태로 밥자리에 들어왔다. 까미와 까로가 나와 은토끼님에게 입양되고 아로가 새끼를 낳아 기를 때였다. 자기 새끼도 아닌 아로의 새끼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 정이 안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고등어의 멀쩡한 한쪽 눈 마저 심하게 다친 채 나타났다. 병원에 데려가려고 이동장을 공수하는 동안 사라진 녀석은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은토끼님과 둘이 열심히 찾으러 다녔으나 소용없었다. 사람을 그렇게 따르던 녀석이 사라지자 그 비슷한 녀석조차 쉽게 밥주기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분명 그 녀석과 다른 녀석이지만 귀요미가 있을 때는 같이 밥을 챙겨주었다. 물론 빼놓지 않고 한 소리가 있다. 녀석들 밥을 주시는 B여사님이 요즘 잘 안 오시나 싶어
- 나, 너희들 밥 주는 사람 아냐. 그분한테 얻어먹어. 나한테 밥 맡겨놨니?-
하지만 어쩌랴? 할 수 없이 여분으로 늘 챙겨 다니는 캔을 꺼내 주었다.
귀요미가 지금 장소로 자리를 옮긴 뒤에 저절로 밥을 주지 않게 되었었다.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토끼님이 발을 다쳐 출근을 못하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녀석들은 호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웠을 것이다.
저녁마다 내가 그 음수대로 가 그릇을 씻자 나를 알아본 녀석이 음수대 주변에서 대놓고 기다리기 시작했을 터.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 노안이 오면서 어두컴컴한 곳에 있던 녀석들을 알아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내가 알아보지 못한 걸 알아차린 치즈 냥이 녀석이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게 아마 소리지르며 부르는 행위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한 달 30일 하루 천 원. 그걸 더 부담해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계산력이 약한 나도 아는 게 있다. 밥 주는 고양이 숫자를 늘여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걸.
공원 캣맘들은 다들 이런 약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사람은 세 끼를 먹는데 한 끼 주는 거 망설이는 게 맞는 건지??? 잠시 그날도 헷갈렸다. 자꾸 먹이 주는 숫자를 늘린다면??? 지금도 밥값이 장난 아닌데. 더 늘일 필요는 나에게 없다. 냥이들에게 있을 뿐. 그렇게 생각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그런데 마음이 약해진다.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나의 천원이 너를 굶기지 않아 행복한 밤을 맞이하게 된다면?' 밥을 줘야지 어쩌겠는가? 은토끼님이 다치셨을 때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무 힘드니 하루 한 번만 밥을 주러 나가 보겠다고. 그런데 막상 저녁에 나가 보면 대책 없이 나를 기다리는 냥이들이 있었다. 어둑한 시간까지 기다리는데 ‘에이 씨~’하며 결국 내 발등을 찍었다. 내가 안 갔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다 실망하고 고픈 배를 참고 밤을 보낼 녀석들을 생각하면??? 그냥 밥값 계산을 포기하고 가야지 어쩌겠는가?
며칠 전 저녁에 나갔다 수로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여름 나기가 힘들었던 탓에 진이 빠지고 기력이 없다고 생각했더니 결국 사고를 친 것이다. 비 온 뒤라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날이 갈수록 빨리 어두워져 서두르다 일어난 사고였다. 넘어지면서 든 생각은 ‘애들 밥 주러 못 오면 어쩌지? 은토끼님도 9월이나 되어야 오시는데. 근데 목발 짚고 애들 밥은 주실 수 있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나도 중증이 아닐까?
다친 무릎은 다행히 약국에서 구입한 냉찜질 용품과 연고로 잘 넘기고 있다.
저녁이면 아롱이와 사랑이가 기다리는 하늘 정원을 향해 '어우~ 힘들어!' 소리를 달고 올라가면서도 '아롱아! 사랑아!'를 아직은 힘 있게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