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순 Jun 28. 2023

새끼들이 풍년

 화성 청요리 작은 오빠에게 사진이 왔다.

“얘, 데려다 키워줄 사람!”

새끼 고양이였다. 강아지 분양이 다 끝났나? 그런데 이번에는 웬 고양이? 사진으로만 봤는 데도 또랑또랑하니 아주 귀여웠다.

이 바구니에 넣어뒀더니 금방 탈출해 창고 안을 다 뒤져 간신히 찾은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원래 숨기에 달인들이다

  새끼가 몇 마리인지는 모르겠단다. 컨테이너 앞에 돌아다니는 이 녀석을 일단 바구니에 넣어두고 어미가 있음 직한 컨테이너를 뒤져 찾아보았다고 했다. 숨기 달인인 고양이들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컨테이너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미처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을 게 뻔했다.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새끼로 보여 당장 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아야 한다고 연락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 먹이와 어미를 위한 사료를 배송이 빠른 택배사에서 구해 보냈다.

 컨테이너는 아버지가 청요리로 이사하며 잘 쓰지 않는 짐들을 넣어 옮겨온 것이다. 그 사이 더 낡은 모양이다. 하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4년이다. 6년 정도를 그 자리에 있었으니 여기저기 부식되어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청요리 길냥이가 새끼를 낳은 컨테이너

 

 아버지 기일에 가 보니 흙바닥과 닿은 귀퉁이 일부에 삭은 곳이 보였다. 그 빈틈을 용케도 눈 밝은 청요리 고양이가 찾아내 둥지를 튼 모양이었다. 지난겨울 김장을 할 때 등장했던 고양이들 중 한 녀석이 아닐까.


 오빠 말은 어느 날 나가 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뽈뽈거리며 컨테이너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더란다. 잡아서 들여다보니 어찌나 귀엽게 생겼는지 길러 보고 싶었다나 뭐라나???

이 녀석이다. 혹할 정도로 앙증맞게 생겼다

  고양이에게 한 번 낚이면 대책이 없다는 걸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막내 동생도 길냥이들을 입양해 십 년이 넘게 키운다. 과천에서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에서 올케가 구조해 온 냥이들이다. 녀석들 먹이에서 새끼들이 먹을만한 것들을 한 보따리 가져다 식탁에 놓는다. 그중 두어 개를 들고 컨테이너로 가는 데 눈치 빠른 강아지(?) 둘이 따라붙는다. 이제 강아지라고 하기도 뭐 하다. 자라는 속도가 전광석화다.

 송파로 나를 데리러 온 막내 차에서 내릴 때 분명 하얀 녀석은 줄에 묶여 있었다.

 "얘, 벌써 묶어 둬야 하는 거야?" 했더니 어이없는 대답을 한다.

 "하도 말썽을 부려서 6시간 징역형 받는 중이야."

 "에~ 뭐라는 거야?"

 그 소리에 민망했는지 바로 줄을 풀어준 모양이다.

하양이. 천연덕스럽게 각종 말썽을 부린단다. 징역형 6시간을 받을 정도로 말썽이 장난 아니라나.

 곧바로 천안에 있는 공원 묘원 부모님 산소에 가야 하니 서두르면서도 어이없어했다.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는 틈새에도 강아지 둘이 자꾸 발에 차인다. 아무래도 내가 먹을 거로 보이는 모양이다.

 고양이 물과 사료를 둔 컨테이너로 캔을 들고 가는 데도 따라붙더니 밥그릇에 캔을 놓기도 전에 둘이 달려든다. 먹는 속도가 장난 아니다. 그건 고양이 먹이라며 말려도 소용없다. 무엇보다 한참 성장기라서인지 먹성이 장난 아니다.

 '고양이 캔을 강아지에게 먹여도 되나?'

 네이버에 물어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괜찮겠지. 혹시 먹고 죽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눌렀다

 '그 고양이 캔 사람이 먹어도 문제없는 좋은 재료를 쓴다고 하던 선전은 맞겠지?'

기왕 이리된 거 어미에게도 캔을 하나 줬다. 주기 전에 참치와 닭가슴살이 주원료라고 쓰인 걸 다시 확인하기는 했다. 줄에 묶인 채 우울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걸 모른 척할 수 없었다는 게 진실이긴 하지만. 꼬리를 연신 흔들면서 애처롭게 바라보는 걸 어떻게 모른 척한단 말인가?

까망이. 두 녀석은 분양하지 않고 키우기로 했단다

부모님 두 분이 안장되어 있는 천안을 오가며 작은 오빠에게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제일 웃기는 말은

"올핸 새끼들이 풍년인가 봐."

아직 시간이 없어 컨테이너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단다. 컨테이너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처리하지 못한 각종 짐들이 방치되어 있다. 일부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엄두가 나지 않아 방치된 상태에서 길냥이가 새끼를 낳은 모양이란다. 사실 컨테이너 어디에 몇 마리를 낳았는지 잘 모르는 데다 어미도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밥을 놓고 오면 그건 먹는단다. 나는 그 어미 고양이를 챙기는 마을 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했다.  

식구를 늘이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느냐는 걱정도 했다. 강아지들 먹성도 장난 아닌데 힘들지 않겠냐며.

이 두 녀석은 사람을 아주 좋아한다

 강아지들은 붙임성도 좋고 사람도 좋아해서 오빠에게 붙어 있으려는 모양이었다. 어디를 가도 따라다니는데 문제는 이제 제법 꽃이 피고 덩굴을 뻗어가는 참외와 수박이었다. 내가 잠시 컨테이너에 가 보는 데도 앞을 막아대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노란 참외꽃과 덩굴을 함부로 밟아대면서.

 다른 강아지들은 어디에 보냈느냐는 소리에 한 군데만 빼고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킬 사람들이란다. 그 미심쩍은 한 군데는 바로 아래 마을에 있으니 가끔 감시 차원에서라도 오가며 살펴야겠지만.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차가 밀리지 않은 덕에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아산만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기지인 천안 주변을 창밖 풍경으로 구경하며.


 각종 말썽을 부려도 굳이 키우기로 한 강아지 두 마리. 공원에서 앙증맞거나 우월한 품종을 자랑하는 개님(?)들만 보다 녀석들을 보면 특별히 예쁘지는 않다. 작은 오빠가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하지만 귀엽다. 예쁘지는 않아도 귀엽게 생기기는 했다는 소리만 들었던 내 과거가 떠올라 더 정이 간다고나 할까???

 굳이 싸주는 각종 야채와 옆밭에서 갓 캔 감자까지 들고 돌아오며 그 냥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튼튼히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에서 수국과 함께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