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순 Nov 24. 2023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목소리가 너무 컸나? 지나가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쳐다볼 정도였으니.

 나는 스스로 내향적인 A형이라고 믿고 있다. 웬만하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문제를 크게 벌이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다는 중학생들과 34년을 보내고도 이런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맞을 수도 있겠다. 나만의 자평이지만. 그만큼 어처구니없는 일도 부지기수로 있었기 때문이다.

난방이 들어오는 침대 속에서도 춥다고 이불을 덮어 준 까미

 그런데  날은 화를    없었다. 아롱이를 공격하는 뚱고등어 녀석 때문이었다. 그것도  밥을 챙기는  앞에서!

 녀석은 수컷이라 암컷들을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산소 앞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고등어가 종일 나오지 못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내심 의심을 안 했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고등어 밥을 챙기러 여러 번 갔는데 고등어가  나와 너는 그만 가라고 화는 냈지만 밥은 먹여 보냈다.


 녀석은 애들과 다른 캔을 주면 눈치를 주며 따라다닌다. 애들 먹는 밥을 빼앗아 먹기까지   남의 밥은 빼앗냐고 성질을  적도 여러 번이다.


결국 애들 밥과 같은  줬더니 따라와 확인까지 한다. 코로 냄새를 맡고야 먹는데 어이가 없었다.

침대에서 뒹굴며 마음껏 가족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까미

 비록 밥을 얻어먹는 처지라 해도 차별(?)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건가? 생긴 건 대충(?)인 거 같은데 그 치밀함에 혀를 찼었다.


 처음  녀석이 애들 주변에 나타났을 때는 인상이 험악해  생긴 고등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외모로 차별한  아니다. 녀석이 우리가 돌보는 아이들 영역에 들어와 괴롭힐까  걱정하긴 했지만.


 공원 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정산소 앞을 지나가다 녀석을 알아보시고

 "어머, 너 여기와 있었니?"

하셨다. 우리의 걱정을 듣더니 중성화해서 힘이 빠져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갈수록 공원 고양이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내 앞에서 아롱이를 공격하다니. 배까지 보여주는 아롱이를~. 아롱이가 그 정도 공격 당하는 걸 면전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박물관 주변에서 아롱이를 매일 불러대는 소리를 녀석이 모를 리 없다. 그 주변 고양이들에게는 밥이 왔다는 신호가 될 정도라고나 할까?


 눈에 불이 번쩍  내가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니 아롱이를 몰아대는  멈추었다. 원래는 녀석이 먹는 밥을 주고 아롱이는 사랑이와 먹이기 위해 하늘공원으로 데려가려고 했었다.

 녀석에게 밥을 주기 위해 들고 있던 밥그릇을 나도 모르게 내팽개쳤다.


 “너어~, 우리 아롱이 건드리면 국물도 없어! 아롱이랑 애들 건드리기만 해 봐.”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학교 교사 시절. 철없는 주장을 하는 학생들과 말싸움을 하다 보면 스스로 ‘내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는 자괴감 이 저절로 들었었다.


 딱 그런 기분이었다. 공원 냥이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토성 꼭대기에서 기다리는 초화도 안 가 볼 수가 없다. 기다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녀석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누가 나 대신 오늘치 식량을 공급할리 없으니.  

 결국 30분 정도 지나 다시 그 자리에 갔다. 없다. 녀석이 싫어하는 차별을 대놓고 했으니 자존심이 상하긴 했겠지 싶어 그 자리에 캔만 두고 돌아섰다.

환풍구 위에 올라가 주변을 감시하는 아롱이.

  늦가을 날씨답게 비가 오고 조금  추워지는 날이 자주 반복됐다. 근래 밥을 먹다가도 내가 움직이면 따라나서는 아롱이 때문에 날이 쌀쌀해질수록 마음이 짠해 뚱고등어 녀석에서  화를   같아 돌아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롱이는 추운 겨울을 어느 장소에서 나는지 모른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뚱고등어 녀석이 괴롭히면 어디로 가 긴 밤을 지새울까?


 고양이들은 유독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베란다 문을 열면 먼저 나서는 까미도 요즘은 침대 위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은토끼님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원을 자주 갔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발병으로 공원을 들러 아롱이를 찾는 날이 줄어들었다. 그런 연유였을까?

낙엽이 쌓여 있어 아주 춥지는 않겠지만 그 위에서 멀리 지켜보다 야옹 소리를 낸다.

 아롱이는 높은 곳 올라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환풍구 위에 올라가 지켜보고 있을 줄이야? 제법 높은 환풍구 위에 아롱이가 올라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침 시간이라 제법 쌀쌀한데 그 썰렁한 환풍구 위에는 왜 올라가 있었는지? 아마 전날 오전에 그 옆길을 지나가는 걸 본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기다리니 나로서도 녀석의 밥을 늘 챙겨 다니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 겨울인데... 겨울집을 쓰지 못하게 아예 물에 던져버려 둥둥 떠다니고 있다

  전적으로 자기 편인 사람이 그래도 붙어 매일 밥을 챙겨 먹이니 그나마 다행인가? 

 최근 누군가 호숫가 주변 겨울집들을 물에 다 던져 못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산책 나온 개와 사람에게 쫓기는 일상에 같은 고양이에게도 공격을 당하는 아롱이를 보고 온 날.

 뚱고등어 녀석에게 공연히 화를 냈나 싶어 마음이 어수선했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