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안 보이는 까닭을 모르니 더 궁금하다.
아롱이 딸 사랑이와 고등어를 연이어 찾지 못하게 되면서 두 녀석을 돌보던 은토끼님이나 나나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매일 자기를 찾아와 주는 사람에게 보내는 반가움 서린 눈빛. 그게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눈빛을 주던 녀석들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수 밖에. 공원을 오가는 마음 한자락이 휑하기만 하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초화만이 아니라 삼색이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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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초화 자리에 나와 자기도 챙겨 달라며 압박을 해 나를 불편(?)하게 했던 녀석을 찾아다니는 날이 오다니. 별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색이 녀석에게도 정이 들었나보다.
초화가 녀석과 다투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도 삼색이는 끈질기에 같은 자리를 고수했다. 제법 이른 시간이거나 좀 늦은 점심 이후에도 할일이 따로 없는 듯 밥자리 근처에서 기다리다 부스스 일어나 밥그릇 앞으로 다가섰다. 밥을 주며 잔소리를 하면 냉큼 하악질을 해 나를 약올리는 것도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나오지 않는 날 전부터 좀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밥그릇의 위치가 달라졌다. 까치가 물어가면 그릇은 더 멀리 가 있는 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밥그릇 앞으로 다가와 편한 식빵 자세로 캔과 닭가슴살을 꺼내 그릇에 넣는 내 행동을 느긋하게 바라보던 녀석의 태도가 불안정해 보였다.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불안해 보이는 그 태도가 신경쓰여 그날은 다른 고양이가 있는지 살폈다. 여름이라 잡목들 잎이 제법 커 제대로 파악이 어려웠지만 다른 녀석을 보지는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분명 건강에는 문제 없어 보였는데.
비에 흠뻑 젖어 나온 다음 날부터 보이지 않는 초화도 먹이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어떤 예감 같은 게 느껴졌다.
눈이 펑펑 내리거나 한파 경고가 나올 정도로 추워도 두 녀석은 나를 일으켜 세워 공원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한끼 밥을 기다리는 녀석들 눈동자가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사랑이와 고등어가 깜쪽같이 사라진 다음부터 나는 '고양이 탐정' 애청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고양이 탐정에게 야생에서 살던 녀석을 찾아달라고 할 수도 없지만 자꾸 보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사라져도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지만 제법 긴 시간 밥을 챙겨 왔던 입장에서 녀석들의 안위가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도대체 녀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일은 뭘까?
초화는 21년, 삼색이는 23년부터 거의 매일 급식을 했다. 누군가 매일 굶기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 먹이면 5년 정도는 생존(?)한단다. 아롱이와 귀요미가 7년. 다롱이는 6년째 공원 냥이로 살아가고 있다.
올 여름은 사람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더웠다. 햇볕이 쩽하면 밖에 나가는 게 겁이 날 정도였다. 맹추위에도 눈이나 비가 펑펑 내려도 밥을 먹겠다고 빠짐없이 나오던 녀석들의 부재는 나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는 이별수가 몰빵해 있는 해인가 싶을 정도다.
왼쪽 팔부터 무릎에 통증이 있어 자다가 자주 깨어난다. 그동안 많이 썼으니 당연하지만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간다.
그냥 누군가 좋은 사람에게 입양돼 행복하게 살기를!
그들의 반려묘로 돌봄을 누리며 행복하게 지낼 자격이 넘치게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