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의 남은 새끼 두 마리는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고등어까지 어디론가 사라지고 밥자리에는 이제 네 마리가 남았다. 아로 아미 자매 그리고 새끼 두 마리.
다롱이는 그 무렵 확실히 둥지를 벗어난 느낌이었다. 홀로 돌아다니다 우리가 밥을 주러 가면 어디선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고양이들 집에서 잠도 자지 못하는 것 같았다. 능선 아래 피에로 조각품이 다롱이 새 잠자리처럼 보였다.
다롱이는 지나칠 정도로 자기 먹이를 알아서 잘 챙기는 고양이다. 아롱이 밥그릇에 무조건 입을 대고 먹기 시작해 일 년이 넘도록 객식구로 지낸 경력만 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거나 경계하지도 않았다. 공원에 소풍 온 사람들 옆에 앉아 먹을 걸 줄 때까지 눈치를 주는 걸 수시로 봤으니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 보였다. 새끼들이 커가면서 아미의 처지가 이상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는 5월 중순이 되면서 내 눈에도 확연히 보였다. 젖을 뗀 새끼 둘이 이모 아미를 점점 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묘한 분위기였다.
아미가 언제부터 겉돌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게 끼고 살피던 새끼들이 점차 이모를 멀리하는 모습이 나에게만 보인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은토끼님은 냥이들 밥만 주시는 게 아니라 집 청소를 하시며 더 긴 시간 밥자리에 머무르신다. 새끼들이 이모 아미를 멀리하며 심지어 경계의 하악질까지 하는 모습을 보신 것 같았다.
아미는 밥자리에서 벗어나는 냥이가 아니었다. 아로가 수시로 밥자리를 벗어날 때도 굳건히 새끼들 곁을 지키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의 분위기가 갈수록 이상해졌다. 밥자리에서 보이지 않아 찾으러 다니다 보면 홀로 능선 아래 억새풀 숲에 힘없이 앉아 있는 걸 발견하는 일도 생겼다. 그렇게 새끼들을 끼고 살던 녀석이 왜 밥자리를 벗어나 홀로 겉돌아야 했을까?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는 밥자리에 데려다 밥을 먹이는데 새끼들이 아미가 밥그릇에 다가가지 못하게 일부러 방해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걸 아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방관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다. 은토끼님과 나는 아미가 결국 밥자리에서 내 쫓겨야 할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아차리다니???
아미가 너무 불쌍했다. 나는 여기저기 아미 입양처를 찾는 전화를 했다. 입양해줄 만한 사람들을 불러 아미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아미를 입양하려 하지 않았다. 이미 공원에서 일 년이 넘게 지낸 녀석이니 입양처 찾기가 더 힘들었다고나 할까? 나중에는 작은 오빠가 혼자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청요리로 보낼 생각까지 했다. 그런 말을 꺼내자 은토끼님은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결국 은토끼님은 내쫓기는 아미가 불쌍해 안 되겠다며 입양을 결심하셨다. 집에 까로만 혼자 있어 외로우니 아미를 입양해 집으로 데려가시겠다고 한 것이다. 말릴 수가 없었다. 다른 대책이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아로는 출산한 지 두 달이 되어가니 중성화시켜 새끼들과 공원에서 살게 하자고 하셨다. 대신 아로의 중성화는 안전한 곳에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 시키겠다고 내게 이야기하셨다. 시설이 좋고 입소문이 난 곳을 알아보고 계신다는 말이었다.
은토끼님은 냥이들에게 지극정성인 데다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시다. 그러니 나는 경험 많고 시설 좋은 병원을 알아보시는 걸 기다렸어야 했다. 고양이 중성화가 아주 흔하니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착하고 무던한 아미의 거듭되는 불운에 너무 과몰입해 아로가 어떤 처지가 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에 인간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왜 후회는 사고가 터지고 난 다음에야 하는가? 나는 지금도 그 점에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후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