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ca Feb 07. 2022

아이에게 취미가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취미생활이 있어야 한다. 돈이 되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서 재미있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본인만의 놀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취미가 있는 사람은 어떤 힘들고 지루한 일도 견뎌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면서 기분이 좋고, 나 스스로를 잊을 수 있으면 족한다.  잘하든 못하든 좋아하는 행위를 하면서 몰입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몰입을 하긴 하지만 하면서 잘 되지 않는다고 짜증이 난다거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취미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폭음, 폭식 등등)을 하지 않고 혼자서 그것을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평화에도 이바지하는 것이 바로 취미생활이지 않을까.      


  아이에게도 취미가 있어야 한다. 밖에서 놀지 못할 때, 게임을 하지 않고, tv를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재미있는 활동, 듣기 싫은 잔소리와 학업, 교우관계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밖에서 친구들과 목적 없이 뛰어놀기 일 것이다. 노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그러나 밖에서 뛰노는 것 외에도, 실내에서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장마철, 눈 오고 추운 겨울철, 그리고 방학시즌,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 밖에 아무도 없을 때, 코로나 시국에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는 필수다.    

  

  취미를 발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유치원 시절이라 생각한다. 부모와 대화가 되면서도 부모를 가장 좋아하는 시기로 이때 좋은 취미생활을 함께 개발해 놓으면 초등 기간까지 이어진다. 초등학생이 되면 본인의 생각과 고집이 있어서 부모의 권유가 잘 먹히지 않기도 하지만 학원을 다니게 된다면 취미생활을 개발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유치원 때부터 습관이 된 독서이다. 아이가 어릴 땐 전집을 한 질에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중고를 구입해서 두고 그중 한권만 읽더라도 좋아하며 반복해 읽으면 성공이다. 전집을 사두고 스티커로 읽은 책을 표시하며 읽지 않은 책을 읽으라고 시키는 것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사두거나 빌려두고 읽는 것은 아이에게 맡긴다. 본인이 스스로 꺼내 읽고 반복해서 읽는 책이 있다면 그런 분야의 책을 많이 구비해두는 것이 낫다.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본인이 좋아서 읽고 싶어서 무슨 분야든 가리지 않고 꺼내 읽게 둔다.

 올해 4살이 된 둘째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면 읽어준다. 참고로 아이에게 반응이 좋았던 책을 소개하자면 1,2세 때 곰곰이 시리즈, 돌잡이 시리즈, 2,3세 추피, 바바파파 시리즈 4,5세 달팽이 과학전집이다. 이 책들은 한권만 읽은 게 아니라 전집의 전권을 꺼내 읽었을 정도로 우리 집 두 아들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던 책들이라 마르고 닳도록 읽어주었다. 그리고 어떤 체험이나 경험을 하고 난 후 그와 관련된 책을 두면 관심 있게 읽었다. 예를 들면 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에 관련된 전시를 보고 난 후 이집트와 미라에 관련된 책을 많이 빌려다 주면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식으로 경험과 독서를 연결 지어서 하는 활동도 추천할 만하다.

아들하고도 커피숍에 갈 수있다. 색종이와 필기도구만 있으면

  독서 다음으로 종이 접기이다. 종이접기는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1학년 때 학교에 갔더니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교실에서 선생님이 친구들과 붙어 있지 않게 하기 위해 종이접기를 시켰다고 한다. 그 후로 종이접기를 집에서도 주구장천 한다. 당연히 색종이 300매, 500매 케이스가 있는 것으로 종이접기 책도 함께 주문한다. 1학년 때 주로 팽이나 갖고 놀 수 있는 작은 놀잇감들 위주로 많이 접었고 처분도 많이 했지만 아직도 소장 중인 것들도 있다. 지금은 엄마의 휴대폰으로 유튜브 ‘네모 아저씨’ 채널을 보며 난도가 높은 것들에 도전한다. 2학년 학기 중에 접은 정말 기상천외한 종이비행기를 접어 고스란히 모아놓았다가 방학을 맞아 밖에 나가서 하나씩 날려보며 성능 테스트를 했다. 종이접기는 남자아이의 만들기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면서도 비용이 저렴해서 좋다.      

종이비행기 성능테스트 한 날
1학년때 접은 색종이들 한트럭 버리고 남긴것들


  악기는 정말 훌륭한 취미이다. 악기는 손으로 만져서 음악을 만들어내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 악기를 숙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좋은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유치원 시기에 악기를 시작하면 가장 좋은 것 같다. 안타깝게도 첫아이는 그 시기를 놓치고 초등학교 1학년에 시작하려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되며 한 번 더 시기를 놓쳐버렸다. 2학년이 되어 학원에 다녀보자고 했더니 싫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simply piano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태블릿으로 집에 있던 뽀로로 피아노 장난감으로 쳐본 것을 계기로 방과 후 피아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 수업인 피아노는 악기를 숙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뽀로로 피아노 장난감을 처분하고 중고로 들인 전자피아노로 매일같이 시간만 나면 악보를 보고 연습하고 쉬운 명곡 악보를 프린트해서 수시로 치면서 즐기고 있다. 수업을 들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양손으로 악보를 보며 곡을 치는 것을 보고 방과 후 피아노 수업은 참 가성비 좋은 수업이라 생각했다.  3학년이 되면 피아노 학원을 본격적으로 보내보고 싶은데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피아노 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흐뭇하다.     


  여자아이들은 그림을 좋아하고 특히 사람을  잘 그린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의 그림은 다르다.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졸라맨을 그리더니 아직도 졸라맨에서 네모 동그라미가 추가되었을 뿐, 표정이 생기기도 했지만 여자아이들의 디테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유치원생 때 그림일기를 그리다 기차를 그리는데 설계도면 그리듯이 그려내는 것을 보고 우리 아들은 사람이 아닌 관심 있는 사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 좋아하는 포켓몬 캐릭터 그리기, 게임 캐릭터 그리기, 읽고 있는 책 표지 그림을 그리자고 유도하였더니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아이의 그림을 보는 것은 즐겁다. 선과 색상이 망설임 없이 과감하고 자유롭다. 얼마 전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아빠가 sns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줬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그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림들을 그려서 아이만의 계정을 만들어 올려보자고 격려해 주었다.     

4세때 투탕카멘, 5세때 피카츄
8세 해리포터 마술봉, 9세 포켓몬 몬스터볼
9세 호리드헨리,10세 직접 그리고쓴 영어만화

 

  아이가 재미있는 활동을 했을 때 칭찬보다는 격려를 해주라는 얘기를 들었다. 칭찬은 평가자의 입장에서 그 기준에 만족되었을 때 잘했다고 하는 것이지만 격려는 평가자의 기준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기준에서 보려 노력하며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의 취미를 격려해주고 지지해 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