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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Mar 01. 2022

초등맘이 되어도 놀이터에 한 번씩 나가봐야 하는 이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엄마들은 더 이상 놀이터에 나와있지 않는다. 학업에 대한 불안증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하면서  아이에게 스마트 폰을 쥐어주고 학원을 몇 군데 다니게 하고 놀이터에서 혼자 놀도록 한다. 나도 놀이터 졸업을 고대하던 사람이지만 둘째가 어려 다시 놀이터를 열심히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큰애의 초등 1학년, 2학년 놀이터 생활을 본의 아니게 매일 옆에서 보게 되었다.      

  

   한 육아서에서 놀이터에서 생기는 일에는 부모가 개입하지 말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내 아이가 힘겨루기에서 밀려도 위험하게 노는 것이 아니면 개입을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에게서 놀이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집착이 없고 자라면서 자꾸 바뀌며 놀면서 사회성을 배운다. 그렇게 믿고 있다가도 놀이터에서 보게 되는 광경은 낯설 때가 있다. 성에 일찍 눈을 뜬 아이들의 대화를 한 번만이라도 엿들을 수 있다면, 놀이터에서 뛰어놀지 않고 오랜 시간 웅크리고 게임만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면, 힘센 아이가 어떻게 약한 아이를 대하는지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엄마는 놀이터에서 생기는 일에 관여를 해야 할까, 그래도  아이에게 맡겨야 할까.    


   아파트에 놀이터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초식남들이 지배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육식남들이 지배하고 있다. 서로를 할퀼 줄 모르고 노는 초식남들은 자연스레 작은 놀이터로 모였다. 한 엄마와 나는 초식남들의 놀이터로 각자의 아들들을 이끌었다. 이 놀이터에는 동생들을 배려하는 형들이 있다. 아이는 형, 동생들과 트러블 없이 1년 내내 잘 놀았다. 욕하는 아이도 없었고, 폰 게임을 하긴 하지만 자주 하거나 오래 하지도 않았다. 배드민턴도 하고 자전거 술래잡기도 하고, 지옥 탈출, 포켓몬 카드놀이를 했다. 자주 보는 내게 인사도 잘했다.


     

  다른 한 엄마는  아이를 육식남 놀이터에 그대로 두었다. 아이가 대장 아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대장은  신발을 뺏아서 맨발로 다니게 하거나 한 아이만 끝없이 술래를 시키는 등 서열이 낮은 아이들을 괴롭히며 놀았다. 추운 겨울에도 놀이터 구석에 모여 스마트 폰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는 대장과 아이들 무리가 자주 보였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데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없이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루는 아이가 대장이 하는 것처럼 다른 아이의 가방을 함부로 열고 물건을 가져간 일이 생겼다. 당한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해서 따졌다고 한다. 그 후로 이 엄마도 놀이터의 생태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아이도 서열이 낮은 편이라 무리에서 종종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다. “그래도 이건 아들이 스스로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해.”      


  올해 아이들은 3학년이 된다.  요즘 이 대장 아이는 주중에 놀이터에서 보기가 힘들다. 이 아이의 겨울방학 스케줄은 이러하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 태권도 도장에서 겨울방학 특강 두 개와 본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근처 학원에 가서 4시 30분까지 공부를 하고 하원한다. 그럼 아이의 점심은? 하원후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올 겨울 육식남 놀이터는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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