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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Mar 17. 2022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주지 마세요

         

  3년 전 둘째를 가졌을 때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교사로 일을 했다. 곧 초등학생이 될 큰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20대 내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살았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학생들이 달리 보였다. 내 아이를 보는 것만 같아서 매 순간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었다. 1층에서 4층 영어실로 가는 복도에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수업 시작 전 교실 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아이들, 틱톡 영상을 찍고 있는 여자 아이들,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노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고학년이 될수록 게임을 장시간 해서 문제인 아이들이 있었고, 수업이 시작되어도 게임하러 어딘가로 몰려가서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시간만 나면 그저 게임하고 싶고 유튜브를 보고 싶고, 최신형 스마트 폰을 갖기 위해서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고학년 남자아이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컸다.

  

  3년이 지난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첫째와 4살이 된 둘째를 데리고 놀이터로 간다. 엄마로서 초등학생들을 관찰한다. 바람 불고 추운 대도 삼삼오오 모여 뛰어놀지 않고 한 시간이 넘도록 작은 화면에 코를 박고 게임을 하는 1, 2, 3학년 아이들이 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면서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는 ‘얼음’을 외치고서 누워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놀이터에 있는 엄마들이 모두 이 아이는  좀 심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엄마는 게임을 하는 3학년 아이의 틱이 1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3년 전보다 상황이 더 좋지 못한 것 같다. 게임에 맹목적으로 몰입하는 나이가 더 어려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포노 사피엔스’ 저자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기성세대인 우리보다 더 적절하고 스마트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대기업에 취직을 잘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해져야 하므로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줘서 잘 다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강연을 보고 저자의 책을 읽어볼 생각이 사라졌다. 우리의 아이들은 대기업에 취직이 되기 위해 태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미숙하고 조절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다루도록 훈련시키라는 말이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디지털 육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영국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아이가 영유아인 저자였는데 책의 내용 역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어렸을 때부터 규칙을 세우고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어 현명한 디지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가 주는 다양하고도 많은 부정적인 사례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인가. 자신의 아이는 초, 중등생이 아니라서 상관없다는 식인가.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과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들로 인해서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들인가. 정작 학교와 놀이터의 상황이 이러한데도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주라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집에서 아무리 통제한다고 해도 내 손안에 든 컴퓨터는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통제가 힘들다.      


  저학년임에도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부모들은 ‘주위 아이들이 다 갖고 있어서 없으면 왕따를 당할까 봐, 아이들이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까 봐.’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심리 치료사이자 상담교사 토머스 커스팅의  ‘우리 아이 스마트폰 처방전‘ 에는 아이를 추종자가 아닌 지도자가 되도록 가르치라고 주장한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아이가 아직 미숙해서 다루기도 힘든 무언가를 허용한다면, 우리는 그저 아이에게 무리를 따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 결정권을 외부의 영향에 맡기면 안 된다. 강연에 참석하는 부모들은 디지털 시대의 소통 도구인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이들이 문자메시지와 소셜미디어를 할 수 없고 친구가 없어질 거라는 반응을 공통으로 보인다. 아이가 놓치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가십, 부적절한 게시물, 나약해진 자아 감각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 아이가 놓치기를 바란다. 그런 것들을 모르고 성장한다면 축복이다. 스마트폰을 사주면 우리 아이 역시 피상적인 것에 정신이 팔릴 것이고, 그러면 학교 공부나 운동을 소홀히 할 것이고, 결국 이글 스카우트가 되겠다는 꿈도 시들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좋은 점 보다 나쁜 점이 분명 더 많아 보인다. 손에 들고 다니는 마약과도 같은 작은 컴퓨터는 있으면 자꾸 열어보고 싶다. 편리하고 손쉽게 즐거워질 수 있는 것들이 무제한 허용되는 이 작은 판도라 상자를 어렸을 때부터 쥐어주면서 시력은 시력대로 나빠지고 몸은 쓸 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몰입하게 되는 이 물건을 어렸을 때부터 사용할 수 있게 격려하라니. 어린 시절엔 발달과업이란 것이 아이들에게 숙제처럼 있는데, 이른 나이에 스마트폰 사용은 이러한 발달과업을 어렵게 한다. 아무리 규칙을 세워서 현명하게 사용법을 가르치며 통제한다고 해도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스마트해지기보다는 과몰입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이 있다고 옆집 아이도 한다고 스마트 폰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쥐어주지 말자.     



모든 부모가 따라야 하는 다섯 가지 규칙  출처 <우리 아이 스마트폰 처방전>


1. 아이의 방에서 스크린을 없애라. 티브이, 컴퓨터, 휴대기기 모두 다. 아이가 자기 방에서 숙제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하면 거실에 나와서 하게 하라.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부모에게 결정의 권한이 있음을 명심하라.

2. 아이의 폰은 부모의 폰이다. 따라서 매일 저녁 특정 시간이 되면 폰을 부모에게 반납하는 규칙을 정하라.

아이는 절대 폰을 곁에 둔 채 잠을 자면 안 된다. 폰의 허용은 재앙을 처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는 문자 메시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고, 수면장애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3. 저녁식사 중에는 전자기기를 금지하라. 이 중요한 시간에는 부모를 포함해 누구도 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안 된다. 저녁식사시간을 신성하게 만들라.

4. 오락 목적의 스크린 사용을 하루 내 2시간으로 제한하라(tv포함). 이는 미국 소아과학회가 8세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권장하는 사항이다. 이 나이가 넘으면 아이들은 슬슬 규칙을  어기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오래된 규칙에 찬성한다.

5. 아이의 역할 모델이 돼라.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부모부터 전자기기를 즐기는 시간을 줄여라. 저녁 식사 시간이나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부모부터 전자기기를 꺼라. 아이는  부모가 다른 데 정신이 뺏기지 않고 자신과 함께 있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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