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야근을 한다.
밤의 학교는 마치 다른 차원에 속한 장소 같다.
그럴 때면 나는 수전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는 지 확인한다.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단순히 물방울의 소리가 아니라, 어쩐지 나를 부르는 암호처럼 느껴진다.
나는 1층에서 4층까지 수전을 확인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나씩 잠근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순간, 짧은 정적이 생기고 그 안에서 낮에는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혹은 오래된 턴테이블의 회전음.
시설관리담당 공무원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수도를 잠그라고, 에너지를 아껴 쓰라고,
수백 번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냉난방기는 시간제어가 가능해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꺼진다.
그런데 수전은 그게 불가능해서 내가 일일이 확인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