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Jan 19. 2021


지금보다는 많이 어렸던 초등학생 때쯤의 이야기이다. 저녁 무렵 어딘가를 다녀오는 , 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하늘 표정이 어두워진 줄은 알았는데, 어느새  사이로 노란 달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줄은 늦게서야 알아차릴  있었다. 지금이야 달을 보면 만월이겠거니   있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키가 꽤나 작았을 테고 아직 과학의 존재도 몰랐을 때였다. 그저 집에 다다를 때까지 달이   길을 가지 않고 여전히  머리 위에 있다는  신기한 시절이 있었다. 달이 집까지 따라서 들어오면 같이 살아야 할까 걱정을 했던  같다. 나의 걱정을 엄마가 알았다면 웃음을 지어 보였을 텐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해보다는 달이 좋다. 해가 뜨는 낮보다 달이 뜨는 밤이 좋고, 해가 긴 여름보다는 밤이 긴 겨울이 좋다. 가장 어두운 곳까지 비추는 달인 바람에 그 아래에서 걸을 땐 조금 솔직해지는 게 아닐까. 걸어갈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있어서 안을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그래도 세상 무엇보다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달을 보고 있자면 오늘 밤도 잠이 아깝다.

작가의 이전글 한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