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이라도
먼저 아침에는 스스로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하려 한다.
나는 매우 매우 매우 칭찬받아야 마땅하니까!
어제 40분 거리의 도서관을 걸어서 대출증을 만들어왔다.
쌀쌀하긴 해도 날씨도 너무 좋고, 공기도 깨끗해서 걷는 내내 힘든 줄도 몰랐을 정도이다.
평소에 나는 잘 걷는 사람은 아니지만,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무료도서관을 늘리겠다는 일념하에!
도서관 위치나 확인해 두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무려 주말에 옷을 갖춰 입고 나갔다 이 말이다.
일할 땐 불편할 것 같아서 입지 못했던 새바지도 꺼내어 입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다녀왔고 나는 이제 이 도시의 전자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의 주식인 방울토마토(좋아해서 먹는 건 아니고 살려고 먹는다.)가 4,000원 하길래 가는 길에 눈여겨보았다가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섰다.
방울토마토 하나만 가져가려는데 다른 과일과 섞어서 3팩에 10,000원이라는 판매자의 말에 홀려서
딸기 1팩과 토마토 2팩을 집어 들고 말았다. 하루 생활비인 만원을 썼지만 나는 뿌듯하다.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들어오겠다는 기대감으로
금요일 퇴근 후엔 내일 도서관에 다녀오겠다는 가벼운 기대로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었다.
내일에 대한 아주 아주 아주 작은 하나의 기대감.
괴롭지 않은 잠들기를 하기에 아주 중요한 조건이다.
나는 오래도록 불면에 시달렸다.
아무리 피곤해도 밤에 자지 못했고, 다음날 좀비처럼 일어나는 그러한 일과를 5일 내내 반복하다가 주말엔 실 끊어진 인형처럼 기절하기 일쑤였다.
스스로를 ADHD로 의심하기도 했고, 병원을 꼭 다녀오려고 마음도 먹었지만 하루하루 챙겨내는 게 너무 버거웠다. 그러다가 한 달에 하루, 이틀은 미친 듯 졸려서 8시에 잠들었고 멀쩡히 일어났다가 다시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하루가 48시간이었다면 내가 멀쩡한 패턴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내가 밤에 잠이 온다. 노력하지 않아도 혹은 전자기기를 끄고, 블라인드를 내리는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 잠을 잔다. 여태껏 내가 했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소화기관이 안 좋아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날 위해 양배추와 토마토를 주로 먹고, 인스턴트를 줄이고, 커피는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날만 마시고, 평소엔 디카페인으로 해결했다.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정해진 시간에 먹고, 일어나고, 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잘 안되는 날이 더 많았지만 잘 안되면 그 며칠은 날리고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마음이 참 웃기게도 밤에 잠이 오기 시작하자 '아싸! 잘 자고 일어나야지~'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예능이 보고 싶고, 읽던 책도 더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전에 잠이 안 올 땐 언제 잠이 찾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내가.
이러한 마음을 접고 일찍 잠들 수 있는 것은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사람은 기대감으로 산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이 너무 괴롭다.
월급날, 조금만 버티면 주말, 조금만 버티면 공휴일, 퇴근 후 맛있는 걸 먹겠다 등등
그런데 이것만 생각하며 버티기엔 하루가 너무 길고, 어떤 날은 이런 것들 만으로 위로받지 못할 만큼 괴롭고, 그 괴로움이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나는 이러한 기대감을 조금 더 자주 얻고 싶었다. 더 작고 소소하고 반짝하고 사라지더라도, 존버했다가 큰 기쁨을 얻고 다시 버티기보다는 조금 버티고 조금 보상을 얻고 싶었다.
보통 보상이라고 하면 쇼핑, 돈 쓰기, 맛있는 거 먹기를 생각한다. 맞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갖고 싶고 필요한 걸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나를 위해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이걸 매일 해주기엔 일단 통장잔고가 아쉽고,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고, 비용대비 기쁨은 점점 옅어진다. (기타의 문제로 뜯은 택배박스, 포장박스를 치워야 하고 버리러 나가야 하며 쌓은 물건을 정리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이미 쓰고 있는 캘린더, 스케줄러, 다이어리 등의 작은 칸 하나에 내일에 대한 작은 기대를 적는 것이다. 적지 않고 내일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해도 좋다. 물질적인 게 아니라면 작은 성취감을 자주 쌓으면 된다.
주말에 대한 기대감은 끝없이 많지만, 주말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해주는 기쁨은 '커피 한 잔'이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마시면 잠이 오지 않기 때문에 굳이 참기보다는 주말 아침을 이용한다.
괴롭지 않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기쁘다.
평일에도 주로 '일어나서 책 읽기' '보던 예능 아침에 보기'등을 적어 두면 일찍 자고 괴롭지 않게 일어나는 효과가 있다. 의도치 않게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극단적으로 4시나 5시에 꼬박꼬박 일어나진 않지만 출근 시간보다 1시간 30분 정도 여유 있게 일어난다.
물론 눈이 번쩍 떠진다면 4시도 환영이다. 아침에 알림 소리를 듣고 괴롭게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눈이 그냥 떠지는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평일에도 주말 같은 느낌을 느끼고 싶다.
잠을 몰아잔 다는 느낌 말고 그날의 수면을 그날그날 채워간다는 느낌으로 빠르면 9시 30분 늦어도 10시 30분에 잠들면 다음날 적어도 6시에는 눈을 뜰 수 있다. 5시나 4시는 알람소리로 노력을 조금 해야 한다.
물론 눈이 번쩍 떠져도 더 누워있고 싶고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침대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오늘아침의 기쁨이 있다. 어제 감추어 놓은 작은 기쁨들.
어느 날은 커피가 되고, 어느 날은 책이 된다.
글쓰기를 매우 매우 매우 매우(X100) 싫어하는 나지만 회사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글쓰기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밤에 먹기엔 생활패턴을 해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던 간식을 먹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대부분 모두 허용해 주는 편이다. 밤에 하기엔 몸에 부담을 주는 행위들도 아침엔 모두 환영이다. 아침에는 저녁만큼 폭주를 하지도 않고 적정선에서 마무리된다.
이렇게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오늘도 나는 7시에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서 물 한잔을 마시고, 마음대로 쓰고 싶은 대로 글도 썼다.
이제 커피를 내려마시고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지.
이것에 내가 바로 어제 생각한 내일의 기대감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