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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Apr 13. 2023

자기계발서 도입부처럼 살고 있습니다.

계발은 전혀 안 하지만

요즘 아주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 나올 것 같이 살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하면 스무 살의 내가 보면 아주 기절할 정도로 바른생활을 실천 중이란 것이다.

하지만 발전하고 공부하려는 목적은 아니니까,

자기 계발서는 너무 거창하고 에세이는 너무 감성 있고 딱 그 사이 정도?


나는 애매함이 특기다. 아무 특기가 없다는 소리다. 

늘 어딘가 카테고리 사이에 딱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애매한 재능과 애매한 지향점이 특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나는 생활력 없음의 아이콘으로 처음 독립할 때 즘엔 '쟤 혼자 내보냈다가 아사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수십 번도 들었다. 다들 식량을 못 사다 줘서 안달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른 건 걱정이 안 됨? 빨래, 청소, 뭐 그런 거.'라고 물었을 때 '굶어 죽지만 않으면 돼. 씻고는 다닐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


섬유유연제와 세제는 정확히 뭐가 다르냐고 물었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 억울했다.

(동생은 아직도 이걸로 날 놀린다)

결과적으로 나는 혼자가 아주 체질로, 아주아주 잘살았다.




그때보다 5살 언니인 나는 훨씬 더 의식하지 못할 만큼 삶을 돌보는데 익숙해졌다.

출근이 괴롭다는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체득했고, 그렇다면 괴로운 출근 전후로 뭔가 즐거움을 찾아야만 했다. 

출근 전으로 1시간 30분만 일찍 일어나도록 설계하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의 나라면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트레스와 타고난 기질로 만성 소화불량과 수면전선에 큰 문제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현재가 기적 같다. 


우선 주식은 양배추와 토마토. 

식단을 바꾸었다. 대단하게 채식만 한다던지, 모 배우처럼 탄수화물을 끊는다던지 그 정도는 아니다.

양배추와 치킨스톡, 연두순을 넣고 청양고추 다진걸 조금 넣고 끓여서 베이컨이나 고기를 소량 넣은 뒤 참소스에 찍어먹으면 훌륭한 음식이 된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고 건강한 요리를 몇 가지 돌려가면서 먹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출출하면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나는 일평생 편식-소식쟁이였던 것이 아니라 그냥 한식(집밥)만 싫어하는 걸로 판명 났다. 그 외엔 한 그릇씩 정량을 잘 먹어서 5kg이 찔정도였다(현재진행형).


그리고 아침에 여유 있게 일어나면 물을 한잔 마시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그리고 앉아서 브런치에 글을 대충 휘갈기고 책을 읽거나 어제 못했던 것을 한다.

또는 어젯밤에 먹기엔 부담스러웠던 간식을 먹는다. 


이렇게 무조건 다음에 무언가 보상이 있도록 했다.

식단 -> 소화불량을 일으키지 않고 잠이 잘 와서 강화됨. 지속 O

수면 -> 아침의 여유로움. 그리고 다음날로 남겨놓은 어제저녁의 기대감이 강화됨. 지속 O


이렇게 소화불량과 수면문제가 없어지자 예민함이 줄었고, 복통과 두통이 줄면서 삶이 한결 여유로워졌으며 이것이 다른 것에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선순환이 되었다.

퇴근 후엔 바로 씻기, 바로 먹고 설거지, 간단한 집청소 후 휴식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고 그렇게 생각하니 출퇴근에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루틴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자투리시간을 아끼고 굵직한 시간을 독서, 글쓰기 등 나만을 위해서 쓰게 되며 또 선순환이 완성된다.


친구가 나의 다람쥐 챗바퀴 같은 삶을 보더니 딱 한마디를 했다.

"거기에 운동이 들어가면 딱 자기 계발서 같겠다."


음... 보다시피 집을 사랑하고 외출을 꺼리는 나는 운동을 루틴에 추가했을 때의 강화물을 찾지 못했다.

언젠가 운동 후 개운함을 지속하고 싶은 강화물로 선택하게 된다면 그런 일상도 만들어지겠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하고 싶은가?이다.

억지로 '이렇게 하는 게 좋으니까, 건강해지니까, 어딘가에 도움이 되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하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으 지금도 싫다.


우선 무언가 지속하고 싶은데 지속되지 않을 때 내가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되었다.

지속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나의 경우 '바로 씻기'는 절대 들어오면 어딘가에 앉거나 눕지 않는다. 바로 신발을 벗자마자 욕실로 직행.


더군다나 나는 집에서 외출복을 입고 있지 못하므로 이것을 이용하여 입고 싶은 잠옷을 구비하고 관리하여 '집에 가면 바로 씻고 잠옷 입었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음.'을 보상으로 여겼다. 


집에 있어도 외출복을 입고 있거나 누가 있으면 휴식이 아닌 것이다.(정말 내향인의 삶)


목적이나 보상이 명백히 다른데 책을 참고하여 따라 한다고 무언가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나의 성질머리로 판별이 났다. 그래서 나는 나를 어르고 달래어 가면서 5살 수준의 인내심을 가진 나에게 어떻게 이것을 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괴롭지 않게, 쉽게, 간단하게, 숨 쉬듯이 할 수 있도록 잘 달래면 어느샌가 따라온 나를 볼 수가 있다. 

지금 나는 한 5.5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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