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걸린 둘째를 맞이한 어느날.
"월요일은 자체 휴업일이잖아요."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끼리 점심 먹다가 나온 한마디다. 온 가족 다 있고 삼시 세 끼를 해먹여야 하는 토~일요일을 지낸 후 월요일을 맞이하는 엄마들의 투정 섞인 말이다.
자체 휴업일이라 선언했어도 쉬이 푹 퍼져 쉴 수도 없다. 장난감, 책, 옷가지 등등 온 집에 너저분하게 널려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흐린 눈을 해도 잘 넘겨지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할 일인 것을...
지지난 주부터 감기에 된통 걸려서 이제야 나아가는 느낌이 들긴 해도 몸이 잘 안 움직여지고, 나 스스로도 오늘은 "자체휴업일이다!" 외치고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레깅스 챙겨 입고 아침약 털어먹고 요가하러 나서보았다.
살기 위해 근근이 하는 운동인데,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약속이 잡히거나 하면 과감하게 빠지곤 해서 결석을 자주 한다. 그런데도 오늘은 출발해 보았다. 마음먹은걸 기특하게 생각했는지 주차 자리도 쉽게 눈에 띄어 순조롭게 운동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50여분 진행되는 요가를 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매번 하는 동작이지만 익숙해지지 않아 동작 따라 하는데도 버거운 느낌이고, 호흡이나 잘 되지 않는 자세를 바로 잡으려 신경 쓰다 보면 둥둥 떠다니는 여러 생각들이 몇 개 안남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 생각들이 잘 정돈될 때도 있다.
.......
애 서 끙차 일어나 운동 다녀오고 생각정리했던 오전시간은 온데간데없고 곧이어 유치원에서 전화한 통이 왔다. 오전 11시 조금 넘은 시간, 둘째가 열이 난단다. 감기약이 떨어져 가서 한 시간째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급하게 유치원에 가서 둘째 데리고 병원에 와서 독감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란다.
오전에 요가 다녀와서 이런저런 사색은 사치였나 보다 싶었다. 갑자기 아이가 독감 판정을 받은 바람에 곧바로 아이 해열, 독감치료제 수액을 맞추고 병시중에 들어갔다. 나도 감기에 옴팡 걸려 회복 중인 상황이었는데... 이럴 땐 견뎌야 하는 육아의 불확실성이 힘겹다. 본능인 모성이 아니라면 육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40도까지 열이 오르는 둘째를 데리고 온 집안 풍경은 또 가관이었다. 등교등원 준비를 마치고 치우지도 않은 채로 나갔다가 열나는 아이를 데리고 왔으니 집은 난장판, 나는 오후 4시인데 체력 고갈, 곧이어 첫째는 돌아온다.
아... 오늘 저녁은 도저히 못해먹겠다.
잡념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 운동은 해야만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