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등원 임무 완수!

몸살감기 걸린 어미의 어느 아침 일상

by 서르

와.. 오늘 아침은 밥솥에서 밥 푸는 것부터 힘에 부친다. 몸이 안 좋으니 밤잠을 설쳐서 착착착 준비시켜 보내도 빠듯할 시간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쯤 시간에는 이 정도를 마쳐야 수월하게 현관문을 나설 수 있다는 나와 아이들 간의 시간경계가 있는데 오늘은 영... 맞추기가 힘들겠다. 일어나자마자 그것이 예측된다.


일단 내 머리 감기부터 생략, 내 아침약 먹기 위한 아침식사 생략을 해야 저 현관문을 나설 수 있겠구나 싶어 과감히 포기.


오늘따라 첫째도 일어나기 힘들어하니 그사이에 둘째라도 마무리해 둬야 된다. 급히 둘째 옷 입히고 머리 묶고 밥 먹이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첫째를 거의 떠안다시피 하여 (27킬로 되는 아이를;) 겨우 식탁 앞에 앉혔다.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갑자기 힘을 쓰니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다. 오늘 첫째 학교에서는 파업이 있어 급식이 빵과 음료로 대체된다 하니 오늘만큼은 밥을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여 보내야 한다. 그러나 엊그제 학교에서 토까지 한 전적이 있어 아이를 유심히 살핀다. 아프진 않은지 급하게 먹어 또 토하지 않으려는지.... 다행히 오늘은 다시 눕지 않고 덜 징징거리는 거 보니 괜찮나 보다. 싶어서 밥 한술 뜰 때마다 이야기하며 먹여본다. 이 와중에 맘에 드는 옷 찾아 입혀놓은 옷 다시 벗고 고르고 씨름을 하면 나 정말 주저앉아 울 것 같으니까... 두 아이 옷은 가능한 평소에 아주 흔쾌히 받아 입었던 옷으로 준비했다.


내가 축 쳐져서 작은 목소리로(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분주 떠는 모습을 보더니 둘째가 뭔가 낌새를 챘는지 알아서 로션을 바르고 알아서 겉옷을 챙겨 입고는 오빠 겉옷까지 챙긴다. 저런 모습이 딱하다. 둘째라 저런 눈치를 살피는구나... 엄마를 돕겠다는 건지.. 이러면 엄마가 칭찬을 해줘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겐 도움이 되면서도 그 모습이 짠하다.


이렇게 무사히 현관문을 나섰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둘째 유치원 등원차량 시간에 맞춰 현관문을 나서려는 순간, 첫째에게 응가 신호가 왔나 보다. 지금 다 함께 출발해도 그리 빠른 시간은 아닌데... 그래도 저 응가를 못하고 가면 학교 가서 하루 종일 힘들게 뻔해서 "늦어도 괜찮아. 응가가 우선이야. 엄마가 동생 보내고 다시 돌아올 테니 맘 편하게 응가해라. 걱정하지 마~응?" 하고 1차로 현관문을 나섰다. 그래도 무사히 둘째 등원 차량시간을 딱 맞춰서 보내기 전에

"사랑한다. 오늘 친구생일 많이 축하해 줘라. 밥 많이 먹어라. 끝나고 미술학원도 잘 다녀와라. 하루 잘 보내고 우리 좀 있다 만나자" 매일 하는 이야기 하고... 다시 뛰어 집으로 왔다.


첫째가 아주 훌륭하게 응가를 성공해 둔 상황. 너무너무 잘했다고 칭찬하고 지금 출발하면 9시 전엔 갈 수 있어!라고 으쌰 파이팅 하면서 오늘만 특별히 등굣길에 킥보드를 허락했다. 엄마가 뒤에서 보겠다고. 킥보드 교문 앞에 두고 너 먼저 들어가면 엄마가 킥보드 가지고 집에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알았단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첫째에게 "사랑한다. 늦었지만 너 응가 잘해서 하루 속이 편안할 거다. 우리 오늘 늦은 만큼 내일 일찍 일어나는 건 꼭 기억하자. 오늘 급식 안 나오니 대체식으로 나오는 거 많이 먹어라. 하교시간 때 만나자. 킥보드 양쪽 살피며 타고 가라" 할 말 전하고 보냈다.


등교시간.. 8시 56분!


6분 늦었지만 이 정도면 나이스 하다. 집에 돌아오니 집이 아수라장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얼마 전 미리 신청해 둔 학부모 연수날이다. 10시 시작인데 머리도 안 감고 밥도 못 먹었고 약도 못 먹었다. 연수가 기를 포기하고 싶지만 어쩌다 보니 같은 반 몇몇 엄마들과 함께 가게 되어서 가긴 가야겠다 싶다. 부랴부랴 밥 우겨먹고 약 먹고 씻고 출발하여 10시 정각에 연수 장소에 도착했다.

성취감이 몰려왔다.

우와 나 이 와중에 등교 등원 시키고 학부모 연수 왔다! 마스크 쓰고(독감검사 결과 독감은 아니었다) 쿨럭거리며 느끼는 성취감이라니... 이 지경에 듣는 연수이니 내용을 잊지 말아야겠다 싶어 메모장에 적으며 들었다.


마침 오늘 연수 주제는 "작은 성취감이 이끄는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