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제주여행 후 일상을 만난 느낌
계획 없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 둘 데리고 가는 여행은 오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런저런 서칭을 많이 하고 출발하곤 하는데 여행직전 둘째 독감 확진, 그전에 (남편 빼고) 온 가족 된통 감기를 치르느라 여유가 없었다. 되는대로 짐을 싸고 '국가 유산 방문코스 방문자 여권' 하나 들고 제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감귤 따기 체험 검색해서 바로 체험, 어플지도 보며 가는 길에 여권에 도장 찍기 등으로 3박 4일을 지냈다.
여행지에 가면 자연경관을 즐기는 타입이라 구석구석 멈춰서 바다 구경, 지나다가 경로에 있는 오름 트레킹, 밤에는 천문대 가서 별자리 관측까지 해보았다. 타이트하게 계획된 여행보다 이런 여행도 제법 괜찮았다. 물론 아이들이 좀 커서 가능한 일이다.
아이는 늦가을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친구 삼아 놀다가 신발이 젖어 시장 가서 새 신발을 샀고, 귤 따기 체험 농장에서 딴 귤 네 보따리는 여행 내내 먹어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예측 못하는 불확실성을 너무나 싫어하는 나, 계획을 하고 그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남편인데 무계획 이번 여행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여행이라 모든 불확실성이 불안으로 다가오기보단 에피소드로 느껴졌던 것 같다.
틈틈이 짐 챙기며 여행코스보며 아이들 단속하며 분주했던 여행에 돌아와서 후유증으로 센 몸살이 밀려왔어도 일상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일상의 굴레에 갇혀서 사소한 것도 무겁게 느껴지곤 하다가 여행을 다녀오면 그런 것들이 깃털인 양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 순간순간 "뭐 어때, 그럴 수 있지"의 마음 또한 쉽게 먹어진다.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가 다시 정착되는 과정에서의 느낌이 좋다. 긴 여행을 다녀오면 그것이 더 길게 느껴지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 그것이 더 짧게 느껴진다.
일상의 굴레가 갑갑해질 즈음 이런 효과 때문에 여행을 가고파 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