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차를 놓쳤다.

사자후 소리를 지른 후 어미의 반성문

by 서르

2학년인 첫째의 수학 6단원평가 날 아침이다.

내 어린 시절 시험과 같은 단원평가 날은 아이보다도 내가 더 신경이 쓰인다. 단원평가의 결과가 마치 휴직한 나의 성적표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직을 했기 때문에 '아이가 잘~~~~ 커야' 내 휴직이 성공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하는 건데... 아이 돌보기 외에 다른 생산적인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럴수록 아이는 엄마의 의도와 분위기를 귀신같이 느끼는 것 같다. 여러 부분에서 바른 것만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엄마가 유독 신경 쓰고 그에 맞춰 잘하면 더더욱 기뻐하고 칭찬해 주는 요소를 아이들이 알아챈다.

요즘 내가 주로 강조하는 건 시간 맞춰 행동하기, 점수가 나오는 어떠한 것(수학단원평가, 받아쓰기 등) 은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후회 없게 하기, 정해진 숙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기 등인데... 1번을 충실히 하다 보면 2번을 못하게 되고 2번을 열심히 하다 보면 3번을 놓치게 되고의 일이 빈번해서 놓인 과업들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나의 몫이다.


아침시간에는 여러 가지의 과업(?!) 이 충돌하는 시간인데, 이날은 단원평가 준비와 시간 맞춰 행동하기의 과업을 동시에 잘 수행해야 하는 날이었던 거다. 아침에 단원평가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전날밤 첫째의 약속을 믿어버렸고, 평소보다 일찍 기상하지도 않았는데 지각하지 않게 준비하기와 단원평가문제 풀기를 동시에 시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어른도 아닌 아이가 모든 걸 잘할 수 있을까. 이럴 땐 감정을 빼고 적절한 실패경험을 주는 것도 필요한 건데, 욕심쟁이 어미는 그러질 못했다.


지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 첫째는 문제가 어렵다고 칭얼칭얼 거리기 시작했고, 둘째는 평소보다 더더욱 늦게 일어나 등원 차량이 도착할 시간에 현관문에서 나서 버렸다. 아이들에게 사자후 같은 고함을 지르며 현관문을 나섰다. "화를 내야지만 말을 듣냐!" 면서...


그러고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보니 둘째 등원차량이 가버렸다. 평소보다 5분여 늦었으니 길가 정차가 힘든 구역이라 기사님께서 차를 출발시키신 거다. 둘째 아이 2년여 유치원 생활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맥박수가 빨라졌다. 동시에 화가 차오른다. 단원평가 준비 시키다가 차를 놓쳤으면서 그 준비라는 것도 마음에 차게 한 것도 아니고, 둘째는 내가 따로 등원시켜야 한다. 동시에 첫째도 아슬아슬 9시 되기 2분 전에 학교 교문을 통과했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본능과 같이 드는 마음의 방향을 기억해 보자면, 둘째를 따로 등원시켜야 해서 내 몸을 더 움직여야 하니 조금 피곤해졌고, 지각하는 모습을 담임선생님들께 보이게 되어 엄마의 성실함을 꾸중받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래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유일한 오전 과업을 실패했으므로 내 판단과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몇 시간이 지나 휘몰아치는 감정의 물이 빠지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 이렇게 늦게 일어나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기회로 그 오전시간을 이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휴직 중인데 뭐가 그렇게 급할일이 있다고.


올라오는 화 때문에 소리 지르고 닦달했던 모습이 가장 후회된다. 그러고 보면 나를 평가하는 타인에게 너무 맞추어 살아서 유독 지각'시키는' 엄마의 모습을 못 견뎠던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면 이런 실수하는 날도 기회라 여길 수 있고 아이에게 부정적인 언어도 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 일을 후회하는 것이 아무 소용없는 일이지만, (속만 더 상하니까...) 이렇게 아이 키우는 일 외에 어떠한 자극도 없는 상태에서 올라오는 감정과 그걸 다스리는 내 마음의 방향을 기억해 놓고 싶다.


내가 잔잔해져야..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