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시간

어쨌든 멍 때리는 건 좋은 거다.

by 그레이스웬디

나는 자주 책상에 앉아 멍~~ 을 때린다.

어떤 날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정리가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멍 때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책상 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을 때린다.

멍 때리다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생각이 혼잡할 때도 멍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5분의 시간은 굉장히 좋은 거라고 책에서 봤는데(무슨 책인지 기억이 안 날뿐), 복잡스러운 생각이 얽혀있을 때 아무 일도 시작 못하고 멍하게 있는 건 도대체 뭘까?

그건 진정한 멍 때림이 아니다. 그냥 단지 시간을 죽이는 것일 뿐.

바쁜 하루 속에서는 온전히 멍 때리는 시간 5분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건 어쩌면 조금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건 리얼한 멍인데, 아무 일도 못하고 멍하니 있으면서 머릿속은 사정없이 굴러간다.

유독해야 할 일이 많을 때 그런 편인데, 이럴 때 때리는 멍은 이미 그 일들이 하기 싫어 미루는 시간이다.

하긴 해야 하는데 그냥 안 할 수는 없고, 핑계를 찾는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인지 모를 멍~~ 한 시간.


오늘도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책상에 앉았는데, 아무것도 손대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다가 노트북을 켰다.

요즘 나는 어떤 일을 하다가도 자주 딴생각으로 빠지면서 이내 멍 때리는 시간으로 연결이 되는데, 이건 뭔가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이라 그런 것이다.

집중이 안되고, 결론이 나거나 해결책이 생겨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요즘 이 콘텐츠가 자주 내 발목을 잡고 어깨를 짓누른다.

아보하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기로 한 나에게 이 콘텐츠는 아무 때나 훅 치고 들어와 내 즐거움 찾기 놀이를 방해한다.

물론 콘텐츠를 생각할 때 힘들기만 하고, 하기 싫어 죽겠고, 너무 스트레스고, 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든다.

콘텐츠를 찾느라 벤치마킹을 하고 서칭을 할 때 내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린다.

그렇지만 콘텐츠는 브랜딩의 중요 요소이기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아니다. 내 눈은 반짝거릴지라도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지피티가 많은 도움을 주는데 지피티도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 맨날 그 대답이 그 대답이다.

그래서 지피티를 백분 활용 못하고 있긴 한데, 역시 나는 아날로그인 사람이라 노가다가 제격인 듯 여러 사람들의 콘텐츠를 직접 보고 분석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 콘텐츠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특별히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별나게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끼가 있어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내게 편한 건 텍스트인데 자꾸 영상에 욕심이 생각은 것도 문제다.

트렌드에 따르고 싶은 마음, 나는 도태된 사람이 아니라는 자의식, 어쩌면 관종도 있을지도.


나 스스로가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나의 콘텐츠들은 팬이든 독자든 금세 식상할 것만 같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다들 하는 그런 거 말고 나만의 콘텐츠는 없을까?를 생각하며 산 지 어언 2년째.

단 하루도 건질 것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매일 포스트를 하면서 2년을 지내온 걸 보면 또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인가 보다.

하다 보면 는다. 늘다 보면 된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지만 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어서 되게 하고 싶은 그것. 그것이 나에게는 있다. 그럼에도 무엇을 계속해야 하는지 세분화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멍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인스타에서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에서는 도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는 친정 같아서 뭘 해야 할지 눈 감고도 콘텐츠가 줄줄줄인데, 원 소스 멀티 유즈라고 그 콘텐츠를 인스타에도 그대로 활용하면 되는데 문제는 릴스였다.

이놈의 영상, 숏츠. 이 막대한 괴물이 매일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래서 영상편집도 배웠고, 편집은 그나마 어렵지 않은데 영상 촬영 자체가 콘텐츠와의 전쟁이다.

다들 하듯 책 소개를 하거나 책 큐레이션을 하거나.... 도대체 왜 이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거지?

그래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시도를 해보았다. 반응이 없어도 존버하면 키워낼 수 있는 콘텐츠들도 몇 개 있는데, 나의 문제는 기다림 성이 부족하다는 것.

반응이 없으면 당장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내 서서히 그만둔다. 어쨌든 그만두는 것이다. 덕분에 더 계속했어야 하는데... 더 오래 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에서 또 배운다.


아!!! 역시 이래서 글쓰기는 최고다.

두서없이 쓰기 시작한 글인데 지금 바로 이 순간, 콘텐츠가 하나 떠올랐다.

그래!! 이거 하면 되겠다 ㅋㅋㅋㅋㅋ유레카~


잘 쓰지 못하는 글임에도 꾸역꾸역 쓰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글쓰기는 참 뜬금없이 많은 걸 준다. 츤데레 스타일이다.

어쨌든 영감이 떠올랐으니 바로 실행하러 가야겠다.

그리고 또 어쨌든 멍 때리는 건 좋은 거다. ㅎㅎ 자주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가지면 정리가 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건질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나처럼 글을 쓰면 확실히 정리될 수 있다.

제일 좋은 멍은 말그대로 그냥 멍하게 있는 것인데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기를.

오늘 글은 여기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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