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파이팅이다.
'아보하'라는 말은 '아주 보통의 하루'의 뜻으로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는 김난도 교수님과 팀이 찾아낸 2025 키워드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김교수는 '소확행'에 지친 젊은 세대들이 행복피로증을 느끼며, 아주 보통의 하루만 살아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소확행이 사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한 말이었는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키워드가 유행이 되면서 전혀 소소하지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행복이 되어버린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소확행'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이 될 수도 있는 건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레벨 같은 것이 있지 않는가. 그 레벨의 구분을 경제력으로 할 수밖에 없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능력차 때문에 누구에게는 소확행이 누구에게는 로망이 될 수도 있는데, 문제는 내 눈에 보인다는 것이겠지. 뭘로? SNS로.
그렇다고 SNS를 안 할 수 있느냐! 그것도 무리수이다.
궁금하거든, 보기 싫은 건 보기 싫은데 이게 또 궁금증을 굉장히 자극하거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안 궁금해, 안 궁금해, 안 궁금해....... 안...... 궁금해, 궁금해'가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많은 책과 미디어에서도 말하듯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멘트와 캡션은 '저 오늘 소확행 중이에요'라면서 영상이나 사진프레임 속에는 꽃꽂이하는 테이블 뒤에 잡힌 럭셔리한 가구이거나, '오늘은 햇살이 좋은 날이에요' 하는 영상엔 명품이나 고급자동차의 엠블럼이 등장한다.
이렇게 소확행을 자랑하기 시작하는 콘텐츠가 그동안 얼마나 유행처럼 번졌던가.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저게 정말 소확행이야?' '와~개 부럽네' 이런 마음에 동요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지친 마음들이 이젠 '아, 모르겠고. 그냥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하루면 충분해' 하기 시작했다.
SNS의 폐해에 지친 유저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고, 그들은 진짜 자기만의 '소확행'을 찾으며, '아보하'를 보내려 노력한다.
과연 MZ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아니라고 본다.
행복피로감은 전 연령대에 모두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경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그 부질없음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그건 모든 나이 듦이 같다.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젊은이들이 어찌 알겠냐만은, 그 나이에 생각할 수 있는 그것이 최선인 게 또 자연의 섭리이다. 더 이상은 알 수 없는 것 말이다.
애늙이라고 한들 진짜 늙은이만큼은 알 수 없는 것처럼, 책을 통해. 세상을 통해 아무리 직, 간접적인 경험을 한다고 해도 자기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는 확장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선 부딪힌다.
나이가 들면 대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경제력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젊었을 때 더 많이 벌었다.
철없는 5,60대도 여전히 많다. 친구의 부부관계를 질투하고, 그들이 가진 것 그들이 먹는 것 그들의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 모든 게 부러운 X세대들을 많이 본다.
아이를 다 키워놓은 건 똑같은데 누구는 남편 잘 만나 골프 치러 다니고, 누구는 골프는커녕 해외여행도 못하고 산다고 툴툴대는 나이 듦은 MZ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훨씬 더 짠하고 훨씬 더 추하다.
나는 '아보하'가 의미 없을 정도로 매일매일 특별한 일이 정말 한 개도!! 안 일어나는 게 불만인 사람이다. (혹시 모를 재수 없음에 일단 침은 뱉도록 하겠다. 퉤. 퉤. 퉤)
나의 하루는 내가 만드는 것이지만, 보통의 하루를 특별한 하루로 매일 만들 수는 없다. 그야말로 특별한 것으로 말이다. 매일 여행을 갈 수도 없고(그렇게 매일 다니면 또 그 여행이 특별해지겠는가?). 매일 좋은 소식이 날아들게 할 수도 없고 (그건 내 영역밖이니까).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은, 이 아보하가 지루한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겠는가?
그야말로 '소확행'에 집중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소확행. 기준이 뭐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확행이다.
나에게만, 내 기준에만 적용되는 그런 것을 나에겐 소확행이라고 우겨야 '아~~'하는 그런 것들이 아닌 것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조건에서 찾는 소확행. 그것은 시간이고 자연이고, 공기이며 음식이고, 사람이고, 마음 같은 그런 것들.
나도 가끔은 행복피로증을 느낀다. SNS를 할수록 더 보여줘야 할 것 같고, 그 챗바퀴는 굴리기 싫어 때려치웠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고 하는 걸 보면 SNS라는 바다에서 난파당한 배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순항을 할 것이며, 무슨 수로 파도를 넘을 것인가. 그 방법은 내가 찾아야 할 것이다.
다만 행복피로증이 매너리즘이나 무기력함으로 전이되기 전에 온 정신줄을 잡아야 한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과감히 스킵해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찾아보기.
물론 이 방법도 단점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다 어떻게 신경 쓰며 살 것인가. 죽기도 전에 먼저 죽겠다.
그러니 행복피로증을 느끼는 전 연령대들이여,
그냥 각자도생 하자~ 비교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테니 상상도 하지 말자.
상상력은 부러움을 가중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으로 아보하를 지킬 것인지, 소확행을 찾을 것인지에 쓰는 것이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