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노가다가 없다.
"엄마 빨리 와, 해리포터 읽고 자야지, 더 늦으면 안 읽어줄 거잖아"
노이로제가 걸릴 판이다.
잠자리 독서를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 4학년인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이제 스스로도 충분히 책을 읽고도 남지만, 아이 혼자 읽는 책과 별개로 잠자리 독서만큼은 내가 책을 읽어준다. 아이도 혼자 읽는 것보다 내가 읽어주는 게 아직까진 좋을 나이니까.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아쉬운 마음뿐인데, 초등2학년 때부터 더 이상 그림책이 아닌 글밥 많은 책들을 읽어주다 보니 내 목소리는 점점 더 굵어지고, 어떤 날은 피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래도 매일 책 읽는 엄마라고 해리포터에 관심이 1도 없던 아이에게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을 사줬다. 사실은 내가 사고 싶어 샀는데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이내 빠져들었다.
한 권당 200쪽이 넘는 그야말로 그림 한 장 없는 문고판을 매일 한 챕터씩 읽어달라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학원은 피아노와 태권도만 보내는데도 학원 시간이 어중간해서 아들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저녁 7시반이다. 집에 오자마자 저녁을 먹고, 씻고 소화 좀 시키고 잠자리 독서를 하는 시간은 9시 반인데, 어떤 날은 10시가 넘을 때도 있다. 책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면시간기에 10시가 넘어 침대에 들어오는 날은 책은 못 읽어준다고 못을 박아놨었다. 한 챕터를 읽는데 꼬박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늦어도 잠은 10시반에는 자야하는 게 성장에도 좋으니까.
그런데 종종 내 일이 끝나지 않아 시간이 늦어지게 되는 날은 침대에 들어앉아 저렇게 "엄마, 엄마"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빨리오라고, 엄마 때문에 늦어지면 책을 못 읽으니 자기는 억울한 거 아니냐며. 그런 날은 네가 혼자 읽어도 되련만? 아니란다. 이건 규칙이자 루틴이란다. 해리포터는 엄마가 읽어줘야 하는 규칙. 이럴 때만 규칙이 있다.
일기를 쓰다가도 그 엄마 소리에 끌려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언젠가부터는 이것이 독서인가 노동인가 싶은 ㅎㅎ 이 마음을 깨고 일단 첫 문장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한 챕터만 읽기로 했던 것이 오버가 될 때도 있다.
해리포터는 소리 내어 읽기에 굉장히 불편한 소설이다. 단문장이라곤 대화체에서나 잠깐 볼 수 있을 뿐 문장 하나하나가 다 긴 데다 문장도 미괄식이라 그냥 후루루 읽어버리면 아이나 읽는 나나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구조라서 띄어 읽기를 신경 쓰며 문장을 3번 정도로 끊어 읽기도 해야 하는 매우 골치 아픈 책이다
읽을 때마다 왜 하필이면 이 책을... 이 시리즈를 택했을꼬 후회를 하곤 한다.
그 마음을 가득 담아 궁금증을 잔뜩 유발하며 챕터가 끝나도 과감하게 불을 꺼버리는 내가 아이 입장에선 야박하다 느낄 수도 있겠다.
잠자리 독서가 이미 오랜 습관이 된 아이는 여행을 갈 때도 자기 전 읽을 책을 항상 챙긴다. 그 습관이 형성된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나의 노력에 감사할 일이다), 나는 여전히 피곤하다.
중학생이 되어도 네가 원한다면 천 번이라도 읽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슬슬 발 빼고 싶은 심정은 감출 수가 없다. 아무튼 현재까지 해리포터 총 6권을 끝냈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어흑.
잠자리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건 지극히 보통의 하루지만, 굉장히 특별한 하루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나날들, 이슈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오늘도 비록 목은 아프지만 아들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내가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과 감사라는 것을 상기해 보며... 모두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