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터팬 초등학교 첫 도시락
엄마가 되면서 한 때 가졌던 로망이라면 바로 아이 도시락이었다.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뽐내며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 게 바로 도시락이다.
최대한 요란스럽게 싸는게 목표다! 연령별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도시락 메뉴도 바뀐다.
한때 로망이었던 도시락을 나는 겨우 세 번밖에 못쌌다.
5살 유치원에 입학하고 첫 도시락은 봄소풍이었다. 그 해 가을 소풍 도시락도 쌌다.
그리고 6살 2월 코로나 팬데믹이 왔다. 유치원에서는 소풍이며 바깥나들이조차 못했고, 7살 가을에 코로나가 조금 잠잠 해졌을 때 유치원에서 가을소풍을 갔는데, 그때는 원에서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도시락을 못쌌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금 오늘!!! 드디어 체험학습을 간다고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알림장.
5살에는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지 않을 때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는데, 이제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쯤이야 뭐~
쪼그만한 아이 도시락을 채우는데도 꼬박 2시간이 걸린다. 아마 매년 꾸준히 도시락을 쌌더라면 최소한 30분이라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거라며, 난 초보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절대 아니라며.
도시락 시간 단축시키는 팁
이번 도시락 메뉴는 리락쿠마 유부초밥과 벚꽃 김밥이 메인이다. 그리고 요즘 8세들이 좋아하는 포켓몬 마스터볼과 소시지 병정, 그리고 버터에 구운 새우를 사이드로 준비했다.
일단 도시락을 싸기 전날 마트를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바로 재료 손질을 시작한다. 당근 꽃 같은 손 많이 가고 시간 잡아먹는 데코 같은 것들은 전날 미리 만들어 랩핑 하여 냉장고에 넣어둔다.
김밥에 들어갈 재료도 전날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두면 훨씬 편하다.
나는 유부초밥에 들어갈 야채를 전날 미리 볶아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 아침 뜨거운 밥에 볶아둔 야채를 섞어 유부 안에 넣기만 하면 되었다.
김밥에 쓸 밥도 미리 준비하여 오늘 아침에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노란 밥은 평상시에 강황 밥을 매일 해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지만, 만약 흰밥이 있다면 치자가루를 물에 섞어 흰밥에 뿌려가며 원하는 노란색을 맞춰 섞은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핑크 밥은 평상시엔 홍국쌀을 이용하여 밥을 짓는데 이번엔 흰밥이 있어서 비트 가루를 물에 섞어 색을 내주었다.
노란 밥에 섞을 계란은 전날 삶아 으깨어 냉장고에 넣고, 핑크 밥에 섞을 소시지도 전날 다져 냉장고에 넣는다.
소시지 병정과 포켓몬 마스터볼도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두면 아침에 할 일은 준비된 재료들로 김밥을 말고 리락쿠마의 눈코를 김으로 만드는 정도면 된다. (이게 가장 속터지는 일!)
새우는 아침에 버터에 구웠고, 과일만 바로 깎아 도시락에 넣으면 완성이다.
전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당일 새벽부터 주방은 아주 초토화가 된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동선도 꼬이고, 냉장고 문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 잠시 멍하기도 하다가 조리도구는 있는 대로 다 나와서 설거지가 태백산만큼 쌓이고, 그렇게 전쟁을 치른 후 도시락 뚜껑을 닫고는 의자에 앉아 또 멍~~ 때린다. 이게 3년 전 내가 처음 도시락을 쌌던 그때의 상황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꽤 많이 양반 된 격이다.
5살 봄 소풍 때 도시락이다. 나의 첫 도시락인데 샌드위치 햄으로 리본을 만들면서 어찌나 신이 났던지 ㅎㅎ
미니언즈는 세상 국가고시 실기시험 보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만들면서 사실 5살이 무얼 알까. 선생님들이 와아와아~~하는 소리가 듣고 싶었나 보다.
5살 가을 소풍 때. 공룡을 무척 좋아하던 아이를 위해 공룡 틀을 샀다. 눈이 웃기게 되었어도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티라노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 ㅎㅎㅎ
야무지게 공룡알도 만들었다. 전날 미리 만들어두었는데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다.
비트 가루 물에 메추리알을 담가 물을 들여야 한다. 청치자 가루였던가? 파란색 가루 물에도 담가 핑크와 블루의 공룡알을 만든 후 빨대로 메추리알과 당근을 찍어 구멍에 끼워 넣어 알스럽게 해야 한다.
달팽이 김밥도 손이 가는지라 이날 아침에도 난리굿이었던 기억이 난다. 울 엄마가 봤으면 미친년 널뛴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3년 만에 싼 오늘 아침의 도시락.
벚꽃 김밥이 실패작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들이 일어났다.
"아들 엄마가 열심히 쌌어, 한번 볼래?"
"어때, 어때?"
"우와~~ 역시 엄마는 최고야."
아침부터 뽀뽀세례를 해준다. 애교가 많은 아이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랑해를 남발한다 ㅎㅎ
무거운 가방을 메고도 씩씩하게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그새 참 많이 컸네' 생각한다.
도시락이 필요한 순간이면 네가 5살이든 15살이든 한결같이 예쁜 도시락을 싸줄게.
오늘 신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