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시간을 알차게 쓰는 법
하루가 짧다, 혹은 길다로 느끼는 것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블로그를 하기 전 내 시간은 언제나 길었다.
아이가 등원을 하면 하원하는 5시까지 하루 종일이 나의 시간이었다.
워킹맘도 아니면서 유치원 종일반에 보냈다. 아무래도 내가 놀아주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게 아이는 더 재미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나의 자유시간 때문이었고.
그때는 그 긴 하루 동안에도 책을 덜 읽었다. 왜 시간이 많으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미루는가.
아무래도 요리 그램에 집중하던 때라 하루 종일 주방에 있거나, 약속을 만들거나, 지인들을 불러 모으거나, 저장식품을 만든다거나 하면서 자꾸 일을 벌이긴 했다. 시간과 상관없이 아무튼 난 가만히 있는 성격은 못된다.
그 모든 것에 실증을 느끼고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었을 때부터, 내 시간에는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 다시 보기를 하지 않았고, 한동안 끊었던 독서를 다시 시작했으며,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데일리 리포트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나의 하루는 허투루 쓰는 시간이 없어졌다.
데일리 리포트란 to do list 와는 다르다. To do list는 그날 할 일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지만, 데일리 리포트는 내가 한 일을 시간마다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 시간마다 그 전 시간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솔직하게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시간이 오전 10시다. 그러면 데일리 리포트에 9시부터 10시까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쓰는 것이다. 이 시간 기록을 잠자기 전까지 해야 한다.
매 시간마다 노트를 펼쳐서 기록하기 힘들다. 그럴 땐 카톡 나와의 채팅을 이용한다. 메시지 보내듯이 내가 한 일을 카톡에 남겨둔다. 카톡은 메시지와 함께 전송된 시간이 찍혀있으니 하루를 마무리할 때 카톡을 보며 데일리 리포트 노트에 정리하기 쉽다. 하루를 마감하며 데일리 리포트를 본다. 내가 허투루 쓴 시간이 눈에 보인다. 내일은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로 한다. 이것이 데일리 리포트의 목적이다.
하지만 하루를 너무 빡빡하게 살기 위한 도구는 절대 아니다. 분명 휴식시간을 포함해야 한다.
열심히 쓰다가 요즘은 쓰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루틴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뭘 더 체크를 하거나, 으쌰 으쌰 하기엔 이미 습관이 형성되었다고나 할까.
아이가 있는 시간엔 아이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모두 나가고 나 혼자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나의 양심에 따라 쓰인다.
그 양심을 제대로 쓰기 위한 도구로 데일리 리포트를 사용했었다. 이제는 굳이 매일 쓰는 게 의미가 없다. 하지만 또 가끔씩 귀차니즘이나 매너리즘이 찾아오면 한번씩 다시 쓰곤 한다.
하루 중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일들은 되도록 점심식사 전에 끝내려고 한다. 오후에 할 일이 따로 있다면 모를까, 나의 하루는 오후에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오후가 무척 여유롭다. 시간을 오전 중으로 다 쓰면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오전에 미처 못한 일을 오후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아.. 심심한데...." 이럴 즈음엔 어김없이 맥주를 들고 필사를 하러 책상에 앉는다. 필사할 때마다 맥주를 마시진 않는다. 밤술을 끊은 대신 가끔 낮술을 즐긴다.(물론 필사와 함께가 아닌 오롯한 술시를 갖기도 한다. 낮에!!!)
때때로 뭉찬을 다시 보기도 한다. 그게 내 여유시간에 하는 일이다.
오전에 할 일을 다 끝냈다고 오후 내내 여유시간이 있는 건 아니다. 오후 시간엔 아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도 있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실행해보았더니 오전 중에 내 할 일을 다 끝내 놓고, 오후에 집안일을 끝내면 나에게 여유시간이 대략 2시간 정도 주어지더라. 그 시간이 찐 나의 휴식시간이다.
휴식시간이라고 막 쓰진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앉아서 멍 때리는 시간 5분은 꼭 쓴다. 정말 말 그대로 멍 때리는 시간이다. 그 5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있는다. 그리곤 레드썬을 외치듯 정신을 번쩍 차린다. 상상하면 재밌다.
또 집안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날은 밖으로 나가 걷는다. 2시간.. 무얼 하든 금방 지나간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쓰고 싶어 진다. 가끔은 그 시간을 버릴 때도 물론 있지만.
요즘 김 훈 작가님의 <칼의 노래>를 통필사 하고 있다. 나는 매일 필사 모임에서 하는 필사는 새벽에 끝내고 포스팅을 하고 있다. 내가 주최한 모임이라서 더 성실하게 해야만 한다. 그 외에 따로 하고 있는 통필사를 내 여유시간에 틈틈이 하고 있다.
388페이지라는 방대한 양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하려 한다. 김 훈 작가님의 단문장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 손가락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무래도 손글씨로 써야 하다 보니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같다. 그런 점에서 세상은 공평하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불공평한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려고 노력한다. 그건 아마도 지난날 시간을 과소비해 본 이력이 있어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렇게 평온한 장소와 오로지 나만의 것인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한 줄 요약: 내게 주어진 여유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