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극과 S극

나는 초딩아들 때문에 황당했다.

내가 자기 가슴을 아프게 했다네

by 그레이스웬디
나 너무 가슴이 아파서 잠을 못 자겠어. 엄마 때문에 눈물 날 것 같잖아!!!


어머나, 얘 봐라??

이 쪼매난 것이 이제 컸다고 '탓'이란 걸 한다.

나는 어이없고 황당했다.


"가슴이 왜 아픈데~?"

"몰라, 가슴이 아픈데 말로 설명이 안돼."

8살이 가슴이 아픈데 표현할 길이 없단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네 마음속 이야기를 하면 돼, 그럼 왜 가슴이 아픈지 이유를 알 수 있어."

"내 마음이랑 어떻게 이야기를 해!! 내가 뭐? 내 몸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평상시에 나는 아들에게 나와 이야기하기를 많이 하라고 일러주곤 한다. 그건 오래된 일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곧잘 자기랑 이야기했다며 어떤 얘기를 했고, 그랬더니 내 마음은 이렇게 이야기해줬어~등등 예쁜 말을 잘도 하더니만, 이제는 자기 마음이랑 어떻게 얘길 하냐며 성질을 부리는 8세가 된 거냐.




나는 매일 밤 아들과 침대에 누워 잠자리 독서를 한다. 한글책 1권과 영어 그림책 1권을 읽고, 충분히 말놀이를 한다. 책 2권 읽는데 1시간이 족히 걸린다. 그렇게 잠자리 독서 타임을 마치면 어김없이 바로 잘 생각을 안 하고 "나 엄마랑 이야기할래" 한다.

5살 때부터 늘 엄마랑 이야기하다 잠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라서, 이제 와서 안된다고 시간이 늦었으니 자야 한다고 할 수가 없다. 내가 늘 지는 바람에, 아이를 탓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당최 끝맺을 생각을 안 한다. 자기가 싫은 거지~

매일 밤마다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끊느냐는 나의 미션이다. 내가 그 미션을 잘 수행하면 " 엄마 잘 자"하며 뽀뽀도 해주고 엄마 사랑해 부터 시작해서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젤~~ 좋아, 엄마 없음 난 못살아, 나는 결혼도 안 하고 엄마랑 죽을 때까지 살 거야 등등 립서비스 폭탄을 던지고는 잔다.

내 미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뽀뽀는커녕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다. 내가 바로 달래주지 않으면 우는 시늉도 한다. 그래도 달래주지 않으면 엄마 미워!! 엄마 삐~~!! (내가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질 땐 아들에게 엄마 삐~~라고 외쳐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이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엄마 삐를 외쳐댄다 ㅎㅎ) 오만가지 불만과 툴툴거림을 혼자 열렬히 하다가 잠이 든다.



그런 우리의 침대 위 루틴 속에서 오늘의 대화는 일관성도 없고 연계성도 없이 마구잡이로 흘러가다가, 내가 정리를 안 하는 아들에게 정리의 필요성을 말해주다가 일이 생겼다.

내가 그랬다.

"아들, 정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엄청 많아, 정리를 잘하는 습관을 들여야 뭐든 잘할 수 있어. 네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사실 피아노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더 잘 치는 거야. 니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 몸에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주변정리도 잘하게 되고, 책 읽고 내용 정리도 잘할 수 있고, 사람 정리도 잘할 수 있고...."

"사람 정리가 왜 필요해!!"

이미 말투가 듣기 싫은 모양새다. 그래도 나는 꿋꿋이 한다.

"아직은 네가 어려서 모르지만 어른이 되면 사람도 정리해야 할 때가 생겨. 그 이야기는 나중에 엄마가 따로 해줄게 지금은 정리를 네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야. 정리를 잘하면, 친구들도 너를 좋아해. 정리를 안 하는 친구보다 잘하는 친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거든. 정리를 잘하는 친구는 다른 친구의 마음도 잘 헤아려줄 수 있어."

설교를 하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너무 정리를 안 하는 아들을 생각하니 하나의 몸통에서 몇십 개의 가지로 뻗쳐 나가면서 정리에 대한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다.

그래도 이야기의 끝맺음은 매우 훈훈하게 했다.

"엄마랑 어떻게 하면 네가 정리를 조금 쉽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라고 말이다.


한참을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중간중간 이해 안 가는 부분을 물어보기도 하더니 갑자기 시무룩꾸무룩.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러는 것이다.

자기는 현재 가슴이 너무 아프고, 그 이유를 분명히 알지만 엄마에게 말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말을 한다 해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너에게 물어봐. 넌 지금 왜 가슴이 아픈 건지"

"아~~~~ 친구들이 나를 싫어한다는건 싫고 , 정리도 하기 싫다고~~~~ 친구들이 나를 싫어할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소리를 지르는 아이는 아니라서, 평상시의 말투라 해도 말의 높낮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얘는 진심이다. 지금 너무 진심으로 심각하다.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했나, 8살에게도 벌써 친구의 존재감이 그렇게도 크단 말인가. 아니면 얘가 혹시 친구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또 생각의 가지가 끊임없이 뻗어나간다.

너도 너지만 너보다 내가 더 심각할 지경이다.


아이를 달랜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시간에 정리라는 것에 대해 열변을 토한만큼, 그만큼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은 강조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네. 정리를 하면 될것 아니야. 엄마랑 방법을 찾아보자니까? 처음부터 집안을 모두 싹 다 치우라는 건 아니잖아. 하나씩 작은 것부터 하면 할 수 있어."

"..............."

"친구들이 지금 너를 싫어하니?"

"아니~~ 당연히 좋아하지."

"그런데 왜 친구들이 널 싫어할까 봐 그렇게 걱정하니?"

"가끔 싸우기도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난 싸우는 게 싫어. 그런데 애들이 싸움을 먼저 걸기도 해."

"네가 그저 가만히 있는데도 친구들이 싸움을 거니?"

"응 000은 그래."

"그 애는 엄마가 이야기해줬잖아. 그 애는 너에게 싸움을 거는 게 아니고 그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몰라서 그런 거야. 그리고 그 애는 너희랑은 조금 다르다고 했잖아. 네가 더 많이 이해하고 참기도 해줘야 하고 그래."

"000은 다리도 짝짝이야."

"그래. 알아. 엄마가 그랬지? 너와 다르게 생긴 친구의 생긴 것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학교에서도 배웠잖아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 그래?"


아들 반에 선생님이 두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아이가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000이라는 아이를 따로 케어를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황당했던 건 초등 입학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000이라는 아이는 혼자 엘베를 타고 교실로 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반에 엄마가 들어온다고. 그 애 엄마는 선생님이라고. 그래서 그 애는 혼자만 엘베를 탈 수 있다고, 우리는 못 탄다고.

나도 전혀 학교라는 것에 대해 몰랐으므로, 아이 엄마가 그냥 선생님이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 애만 엘베를 허락하는 거지? 진짜 선생님 아들이라서 엘베를 타나? 이렇게 생각한 내가 황당했다.

하지만 그 애는 장애가 있는 모양이다. 난 담임에게 따로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저 아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유추해보건대 그 애는 지체장애가 있는 모양이었다.

"이 말은 엄마한테 안 하려고 했는데, 000은 휠체어를 타고 와"

"그게 뭐 어때서 엄마한테 말하기 싫었어?"

"내가 000이 휠체어를 탄다고 하면 엄마는 더더 000편을 들거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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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또 황당하다. 내가 알고 있던 아들이 아니다.

학교라는 곳이 내 아이를 이렇게 변하게 하는가. 아니면 성장이라는 것이 원래 이런가.

내가 품던 그 아가아가는 다 어디로 가고, 질투와 이기와 욕심이 가득한 인간이 내 앞에 있었다.


한 줄 요약 : 2탄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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