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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Oct 15. 2022

짝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8살 초딩아들 2탄

'정리'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인 아들 때문에 하루가 까슬거렸다.


정리를 잘 안 하는 사람이 되면 친구들도 널 안 좋아할 수 있다는 그 말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를, 이젠 더 이상 내 품 안의 아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자고로 마음 내려놓는 연습은 빠를수록 좋다.

머리가 다 커서 표현력이 예상외인 요즘 아이들을 보면 뭐든 다 빠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8살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어쩌면 가슴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표현하는 게 요즘 초등학생들의 유행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러 놀이터를 갔는데 우리 집 구월이를 안고 갔었다. 같은 태권도 다니는 누나들과 형아들과 놀고 있었는데, 모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월이에게 매달린다. 그중 3학년이라는 여자아이 둘이 연신 구월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 심장이 너무 아파" 이러길래 내가 물었다.

"심장이.. 왜 아파?"

  "아~~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플 정도로 마음이 그렇다는 거예요"

심쿵이라는 말처럼.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 벌써 가슴이 아프고 심장이 아프다.



생각 끝에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아무래도 친구라는 말에 예민한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이다.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관계가 어떤지, 요즘 무슨 문제는 없는지. 1학기 상담도 선택이라 나는 따로 상담을 하지 않았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 짝꿍이랑 많이 투닥투닥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지켜보는 중이고,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도 아이들이 스스로 찾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짝을 바꾸진 않고 지켜보고 계신다고 하셔서 옳은 방법이시라고 했다.

그 외에는 성격도 밝고, 양보도 잘하고, 친구들과 매우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짝꿍과는 왜 그런 거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보시기에 둘이 결이 좀 다른 아이들이라서 자주 부딪히곤 한다고 하신다.

' 그래, 결이 다른 사람이 더 많지. 이겨내야지!!' 

일단 짝꿍 문제 외엔 다른 문제점이 없다 하니 안심이었다.



저녁에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이랑 통화를 했다고, 네가 짝꿍 때문에 요즘 힘들어하는가 보더라 했다.

"짝꿍이랑은 왜 사이가 안 좋은 거니?"

"000는 이상해~~~ 내가 조금만 뭘 잘못해도 막 소리 지르고 화내~~~"

"네가 조금만 잘못하는 건 어떤 것들인데?"

"아니~~ 나는 그냥 가던 길을 가는데도 000가 자기를 따라온다고 막 뭐라 그러고, 내가 000한테 하는 말도 아닌데 막 끼어들어서 이상한 말하고, 내가 안 했는데 다 내가 했다 그러고~~000는 진짜 사나운 애야~~"

"그랬구나. 아들~~ 사람은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아. 내 맘에 안 드는 친구가 분명 점점 더 많아질 거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생길 수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 어른들도 그렇거든."

"나도 알아. 사람은 다 다르지~"

"그렇지. 그러니 짝꿍이 그러는 것에 너무 마음 쓰지 마. 짝꿍도 분명 네가 맘에 안 드는 점이 있을 거야. 자꾸 싸우게 될 것 같으면 조용한 말로 얘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 친구도 너처럼 마음이 안 좋을 거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데 너희 둘 다 짝꿍 때문에 즐겁지 않으면 학교에서의 시간이 너무 불행하잖아~"

"걔는 말이 안 통해~"

"노력은 해보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모든 친구들이 너를 다 좋아하지 않아도 돼. 이건 명심해 아들. 모든 친구들이 널 좋아할 순 없는 거야. 그냥 너를 좋아해 주고,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만 잘 챙겨도 돼. 널 안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네 마음을 쓸 필요는 없어. 알겠지?"

"응 알겠어"

"무조건 너보고 이해하고 져주라는 것도 아니야. 때로는 상대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거든. 그리고 너도 한번 잘 생각해봐. 짝꿍이 왜 그럴까. 나도 모르게 짝꿍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는데도 답을 못 찾겠으면 그땐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해. 하지만 엄마 생각에 너도 분명 짝꿍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을 거야. 네 짝꿍이 가만히 있는 너에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만큼 나쁜 아이가 아니거든."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선생님이랑 통화했다니까?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000도 착한 아이고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대."

"그래? 정말 그렇대?"

"응 정말이야. 그러니 다음에 학교를 가면 짝꿍이랑 이야기를 나눠봐."

"알겠어. 나도 사실은 000가 싫지는 않아."


유치원에서는 생기지 않던 일이 학교에서 생기니까, 아들도 나도 어쩔 줄을 몰라하는 건 매한가지다.

나는 아이 때문인지 덕분인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관계라는 것을 조금 편하게 생각하게 해 줄까 고민이 깊어졌다.


김훈 작가님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을 보는 눈. 세상에서 길러나가는 힘. 그 모든 것에는 관계가 있다고.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모색하는 일. 그것이 인생이라고 하셨다.

그 인생을 한참 먼저 살고 있는 인생선배로서 나의 작디작은 후배에게, 관계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졌다.

물론 스스로 겪고 부딪혀가며 알게 될 일들이 더 많지만, 준비운동을 하는 방법 정도는 미리 알아도 좋지 않을까.

어제 나는 아들에게 그 시작을 알렸다. 모든 친구가 다 널 좋아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러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고.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아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은 어떤 나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속상한 일들이 생겼는데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어찌할 줄을 모를 때 쓰는 말이야. 하지만 친구가 널 싫어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건 방법이 있잖아? 그럴 땐 가슴이 아프다 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걱정이 된다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 

안타깝다는 말을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네가 이해할 수 있는 감정들만 얘기했지만, 사실은 안타까울 때 쓰는 말이거든.


(네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면 엄마는 더 많이 아파서 그 말은 안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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