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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Nov 03. 2022

복잡한 모닝 루틴

뭐부터 해?

루틴.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

미라클 모닝보다 더 어려운 게 바로 이 루틴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성격이 이상한가. 이 루틴 때문에, 루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미라클 모닝이 하기 싫어졌었다.

성격 이상한 거 맞네. 이 무슨 집착성이란 말인가. 강박인가. 아니 무슨 이런 강박을.

이게 정리가 안되어서 맨날 끙끙 앓았던 나의 부끄러운 일상을 정리해보려고 글을 쓴다.



먼저 내가 눈을 뜨면 뜨거운 차를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무얼 먼저 하지? 그걸 결정을 못하고 한참이나 앉아서 생각만 한다. 생각을 하면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정리를 하려면 써야 하는데 쓰지는 않는다. 그냥 멍 때리듯이 뭐 먼저 하는 게 최상일까, 최선일까.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노트에 적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시계를 봤는데 벌써 5시가 넘었다. 난 4시 반에 일어났는데 뭘 한 거지. 뜨거운 차를 한잔 다 마셨다. 커다란 머그컵 한 사발.

시계를 괜히 봤나. 갑자기 조급증이 몰려온다. 그래서 생각을 접고 책을 읽는다. 필사를 하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 그랬더니 7시다.


자, 여기서 내가 그동안 늘 쭉 해오던 고민이 시작이 된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닝 시간은 3시간이다. 모닝 루틴으로 하고 싶은 것은 4개가 있다. 명상하기. 요가하기. 책 읽고 필사하기. 글쓰기

그래서 늘 이 4가지로 순서를 바꿔가며 해보았다. 실험하듯이 어떻게 했을 때 내가 제일 편했고,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잘 썼는지를.


1번 

1년 정도는 아침에 눈을 뜨면 모닝 페이지를 제일 먼저 썼다. 모닝 페이지 쓰는데 40분. 그다음에 명상을 했다. 10분. 그리고 요가를 했다 40분. 중간에 장실 다녀오고 차 끓이고 이런 저런 시간 다 합치면, 이런 루틴으로 했을 때 2시간이다. 나머지 한 시간으로 책 읽고 필사하기가 부족하다. 

2번

4시 반 기상. 명상하기 10분, 요가하기 40분, 책 읽고 필사하고 포스팅하기 2시간, 글쓰기는 쓰다 말아야 한다.

3번

책을 전날 읽고 필사할 부분을 따로 체크하기. 4시 반 기상. 명상과 요가를 하고 필사해서 포스팅하고, 글쓰기를 하면 다 할 수 있다.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된다 치면, 또 다른 문제가 나를 못살게 군다.

1번으로 하면 일단 하고 싶은 4가지를 다 못하니까 패스, 2번과 3번이 좀 더 나은 방향인데 2번은 글쓰기를 하다 말아야 하고, 3번은 새벽시간에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책에서 말한 눈뜨자마자 글쓰기가 강박이 되었다. 눈 뜨자마자 글을 쓰지 않으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발견 못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당최 내 안에 창의성이 있긴 한 거니?)

그래서 글쓰기를 제일 먼저 하자니 명상과 요가를 밥 먹듯이 빼버린다. 명상도 눈 뜨자마자 해야 하는 것 같아서이다. 우선순위가 명상과 글쓰기인데 둘 중에서  최우선 순위를 못 정하겠는 거다. 명상을 먼저 해야 하는데 글쓰기를 하면 왠지 명상 시간을 놓친 것 같아서 안 하게 되더라. 글쓰기를 제일 먼저 하라는데 명상을 해버리면 두 번째로 밀려난다.

이건 뭐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나 성격 진짜 이상하다. 

나 어떡해? 뭐부터 해? 누가 좀 알려주세요.


글을 쓰다 보면 정리가 될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오늘은  정리도 안되고 해결도 안 되고 참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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