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숙 만들기- 레시피
향설고(배숙)은 우리나라 궁중 음료이다.
배의 종류 중에서도 시고 단단한 문배를 사용한다. 배숙은 귀한 음료였다.
어릴 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겨울에 감기가 걸렸을 때 엄마는 여러 가지 약효가 있는 음식들을 해주셨다. 그중 흔한 것이 배꿀찜이었다. 나는 이것을 배숙으로 알고 있었고, 지금도 배꿀찜을 배숙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꿀찜과 배숙은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 모두 통틀어 배숙이라 하는 건지 찾아보았다. 지식백과에서는 엄연히 두 개가 다르다. 명칭도 다르고.
아무튼 배꿀찜이나 대추 생강 잣 등을 으깨어 꿀에 절인 것 등을 겨울마다 준비하던 엄마의 정성에, 나는 감기도 잘 안 걸리고 큰 것 같다.
내가 배꿀찜을 처음 만들어본 때는 아들이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였다.
3살 즈음이었는데 한 달 빨리 조산을 한 덕에 아들은 폐가 좋은 편이 아닌지 폐렴에 잘걸렸었다.
돌 때부터 폐렴으로 입원을 총 3번이나 했으니, 나는 아들이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커질까봐 늘 노심초사였다.
아들이 기침만 하면 내 머리가 쭈뼛거려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배숙을 알게 된 것인데, 당시만 해도 요알못인지라 초록창에 배숙이라고 치면 배꿀찜이 나왔다. 그때는 그게 배숙인 줄 알았지만.
뭐 배숙이든 배꿀찜이든 조리 방법이 다를 뿐 똑같이 배와 꿀이 들어가니 효능은 도찐개찐이다.
아기 때는 생강을 넣지 않고 매년 배숙을 달였다. 6살 이후로는 폐렴도 걸리지 않고 감기도 잘 안 걸린다.
그래도 연중행사처럼 겨울이면 배숙을 만든다.
생각난 김에 배의 효능을 볼까?
배의 성질은 냉하나 소화에 효과가 있고 배변을 원활하게 하며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기침, 가래 등 기관지에 좋다. 그래서 목감기나 기침감기에 특히 좋다.
알코올 성분을 빨리 해독시켜 숙취에 효능이 좋으며,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 작용이 있다. 이상 지식백과에서 보고 썼다.
이러하니 옛날부터 기침 콜록콜록하면 엄마들이 배숙을 만들었구나.
올 해는 딱 일주일 전에 아들이 a형 독감에 걸렸다. 학교도 5일 동안 못 가고, 몇 년 만에 심한 기침을 하는 걸 보면서 또 발을 동동거렸다.
배숙을 만들려고 다시 초록창에 검색을 했다.
늘 하던 방식 말고 다른 방법이 없나 괜히 찾아보고 싶었다.
같은 재료와 같은 요리라도 매년 새로운 요리가 나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검색을 했더니 내가 처음 보는 배숙이 딱 나온다.
'나 여태껏 몇 년간 배숙을 만들었어도 이건 정말 새로운데?' 하면서 보았다.
더 신기한 건 이 방법이 궁중 음료로 만들던 전통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무엇인가 하니 배에 통후추를 박는 것.
'와~나는 첨 본다' 하면서 신나게 따라 했다.
레시피도 정말 간단하다.
배꿀찜은 배 속을 파내는 것이 스킬이라면 스킬인데 이건 스킬 따위도 필요 없다.
배숙 만들기
배는 반개만 사용한다. 씨를 빼고 잘라서 모서리를 둥글게 돌려 깎기 해주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3-4개 숭숭 내준다. 그 구멍에 통후추를 박아 넣고 젓가락으로 후추를 조금 밀어 넣어준다.
깊게 박지 않으면 끓일 때 후추가 다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물 2리터를 냄비에 넣고 생강을 편 썰어 넣는다. 어른들은 생강의 매운맛을 잘 먹지만 아이들은 못 먹을 수 있으니 양은 대충 조절하면 되는데, 이번에 나는 생강 부심!! 아들이 맵다고 했다.ㅜ
대추는 씨를 도려내고 한 줌 넣어준다.
나는 도라지 말린 것과 시나몬 스틱도 하나 넣었다.
중 약불에서 끓이면서 40분 정도 은근히 우려내 주었다.
생강 넣은 물이 팔팔 끓으면 건지들을 건져내고 설탕 3/4컵을 넣고 끓여준다.
설탕이 다 녹으면 후추를 박아둔 배를 넣고 중강불로 3~5분 정도, 배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여주고 불에서 내린다.
생강이 조금 많이 들어가서 나는 꿀을 타서 아들에게 먹였다.
배는 후추를 빼내고 수저로 잘라서 같이 먹어도 좋은데, 아들은 안 먹어서 내가 먹었다.
그냥 먹을 만했다. 배숙의 배는 아이들이 안 좋아할 스타일이긴 하다.
독감이라 그런지 기침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배숙을 먹였고, 배숙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양약의 힘이 더 셀지도 모르겠으나, 엄마의 마음이란 이런 건가 보다.
양약보다 정성 들여 달인 배숙의 효과가 더 클 거라면서.
꼭 감기가 아니어도 배숙은 한정식집에서 수정과 대신 나오기도 하는 청량음료이다.
디저트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배숙이지만, 디저트라고 하기엔 손이 많이 간다.
시간과 정성도 들어가고. 그래서 궁중에서만 디저트로 즐기셨나 보다.
겨울에 따뜻하게 끓여 차로 마시면 너무 좋을 음료이다.
자주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겨울에 대비할 면역력이 생길지도.
한 줄 요약 : 겨울 음료. 배숙을 차로 마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