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눈물로 사과했다.
나는 유독 아동학대 같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뉴스를 못 본다.
그냥 너무 어린아이들에게 그렇게 물리적으로 상처를 입힌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나의 어린 시절 훈육이라는 것에 대하여 나쁜 기억은 없다.
아빠는 우리에게 전혀 매를 들지 않았고, 사춘기 반항 하던 시절 딱 한번 매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건 엎드려뻗쳐를 한 후 엉덩이를 빠따로 맞는 거였다. 아빠는 군인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나는 아들이 아닌 딸인데.
지금 생각하면 갑자기 욱해서 집어드는 회초리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엄마도 나를 딱 한 번 때렸는데, 갑자기 욱해서 연탄집게를 들고 있다가 그대로 아무 데나 갈긴 적이 있다.
흥분하는 엄마를 피해 팔을 살짝 한 대 맞은 기억이 있다. 화가 나서 주위에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 갈기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 건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였다.
그 한 번, 엄마가 나를 때렸다는 사실보다 엄마의 눈빛과 분위기가 오래 남았다.
나는 아이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
오은영박사님도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맞으면 아프지 않은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맞으면 아프니까 안 때리는 게 맞다.
나는 내가 엄마처럼 아이를 향해 분노하게 될 줄 몰랐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보통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쪼꼬만 한 아이에게 화가 날 일이 뭐가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화가 났다. 그것도 자주, 많이, 화가 나더라.
내가 아직도 아이에게 미안한 사건이 하나 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아이는 잊지 않았다.
4살이었나 5살이었나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정확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다.
뭐 큰일일리 없다. 4-5세 아이가 큰일을 쳐봐야 엄마 말 안 들은 게 전부겠지.
나도 엄마처럼 꾸역꾸역 참고 있었나 보다. 그날은 화가 나서 아이에게 나가라고 했다.
나가란다고 네~하고 나가는 4-5세가 어디 있나.
안 나가는 아이를 질질 끌고 현관문 앞에 던지다시피 내보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아이는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입을 꽉 물고 그 울음소리를 못 들은 체 한다.
그래봐야 시간은 3분 정도였을 텐데, 아이에게는 억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문을 열었더니 아이가 계속 울다가 나를 보고는 오줌을 쌌다. 현관문 밖에서 서서 옷을 입은 채로 울면서.
나는 적이 놀랐다.
그리고 내가 미친 짓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명백한 아동학대였다.
인간이 극도의 공포를 느낄 때 오줌을 지린다고 했다.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울면서 아이는 '미안해'라고 했다. 잘못했어요가 아니라 미안해.
아이는 엄마를 화나게 한 것이 미안했다.
뭔가 내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오은영박사님의 오디오클립과, 책과 프로그램을 달고 살았다. 나는 분명히 육아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에 대해,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인식이 잘못되었든지, 아니, 마음의 상태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 후로는 아이에게 절대 그런 식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
그렇게 그 일을 잊고 살았다. 2년쯤 지난 후 아이가 6-7살이었다.
하브루타를 하다가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00는 가장 슬펐던 기억이 있을까?"
"있지. 몇 살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그때 엄마가 나를 내쫓았어. 그래서 내가 밖에서 계속 울었잖아."
나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그.. 걸 기.. 억.. 하.. 니...
그 얘길 하면서 아이가 울먹였다.
나는 아이를 확 끌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 너를 잘 키우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니까 너에게 화를 내고 그랬어. 미안해. 그건 엄마가 정말 잘못한 거야. 우리 아가 많이 슬펐겠구나. 무서웠지? 미안해 미안해...."
펑펑 울면서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 기억이 너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미안해. 엄마가 그땐 몰랐어. 이젠 알았으니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미안해. 사랑해.
또 한 번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최대한 다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때 그렇게 아이에게 상처를 준 뒤로 나는 육아공부를 많이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책육아라는 것을 시작했기에 책에서 답을 찾기 쉬웠다.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했기에 2년이 지난 후에 툭 하고 그 이야기를 아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재잘거린다.
감정표현도 잘하고, 애정표현도 잘하고, 설득력도 있고, 이해력도 있다.
많은 면에서 나보다 낫다.
지금도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내쫓아서 아이가 오줌을 쌌던 그날보다, 아이가 2년이 지난 후에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생각한다.
가끔 욱하고 올라올 때마다 생각한다.
아이는 점점 자라나서 나와 분리가 될 것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나를 아프게 했던 것과 진심으로 사과했던 것으로 함께 남길 바란다.
나의 엄마도 나에게 사과를 했다면, 나는 연탄집게를 잊었을까? 생각해 본다.
한 줄 요약 :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